‘하늘이 내린 향기’ 천혜향을 영접하다

  • 입력 2020.02.16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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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향기, 천리 밖에서도 향을 숨길 수가 없다는 천혜향은 일반 감귤에 비해 당도가 훨씬 높고 과즙이 매우 풍부하다. 여성농민들이 천혜향을 수확하고 있다.
하늘이 내린 향기, 천리 밖에서도 향을 숨길 수가 없다는 천혜향은 일반 감귤에 비해 당도가 훨씬 높고 과즙이 매우 풍부하다. 여성농민들이 천혜향을 수확하고 있다.
좁다란 길을 따라 손수레로 천혜향을 옮기고 있다.
좁다란 길을 따라 손수레로 천혜향을 옮기고 있다.
한 남성이 농협에 출하할 천혜향을 상자에 담고 있다.
한 남성이 농협에 출하할 천혜향을 상자에 담고 있다.
상자에 담긴 천혜향을 하우스 밖으로 옮기고 있다.
상자에 담긴 천혜향을 하우스 밖으로 옮기고 있다.
감귤농협 직원이 천혜향을 트럭에 싣고 있다.
감귤농협 직원이 천혜향을 트럭에 싣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800평 남짓 하우스에 들어섰다. 보기에도 묵직한 천혜향을 매달고 있는 나무가 수두룩하다. 열매를 맺은 나뭇가지가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파란색 노끈으로 여러 갈래를 묶어 천장에 매단 모습이 꽤 이채롭다.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법한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열매를 따는 여성농민들의 모습이 언뜻 눈에 비친다. 무수히 많은 나뭇가지에서 천혜향을 따 손질하는 손길이 능숙하다. 농민들이 서 있는 자리마다, 또 지나간 자리마다 빨간 바구니 가득 천혜향이 담겨 있다.

이를 손수레에 3~4개씩 담아 포장대로 옮기는 건 남자들의 몫이다. 나무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낮추거나 숙여 이동한다. 어제부터 시작한 천혜향 수확에 이미 하우스 절반가량 나무의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지난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의 한 하우스감귤밭을 찾았다. 딸 김은현(16)양과 함께 수확이 끝난 나무의 가지를 잡아주는 노끈을 제거하던 김재성(47)씨는 나무에 먹음직스럽게 달린 천혜향을 가리키며 “지금이 바로 천혜향을 먹을 시기”라고 귀띔했다.

지난 설 연휴 전후로 레드향의 맛이 절정을 이뤘다면 지금은 바야흐로 천혜향의 시기라는 것이다. 천혜향의 은은한 향과 달달한 맛을 느끼기엔 2월에서 3월까지가 최적의 시기다.

김씨 가족 포함 8명의 일꾼들이 이날 수확한 양만 20kg 상자로 150여개, 약 3톤의 천혜향이 감귤농협 산지유통센터로 향했다. 김씨는 “현재 3,500원선(1kg)에서 출하하고 있는데 작년 시세보다 700~800원 적다”며 “최소 4,000원 정도는 돼야 다음 농사를 기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밀감을 출하할 때 농협이나 감협에서 최소한의 가격하한선만 정해준다면 마음 놓고 농사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올 겨울 밀감 출하 당시 불거진 당도 논란, 최근의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부진까지 이어지며 ‘제주의 쌀’로 통하는 밀감류 가격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토로한 말이다. 김씨는 “추위에 약한 천혜향 특성상 하우스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겨울철엔 열풍기를 돌리는 것부터 모든 게 비용”이라며 “열심히 농사지어 놓고도 가격이 없으면 너무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하늘이 내린 향기, 천리 밖에서도 향을 숨길 수가 없다는 천혜향은 일반 감귤에 비해 당도가 훨씬 높고 과즙이 매우 풍부하다. 영양 또한 만점이다. 비타민C가 풍부해 피부 관리와 피로회복에도 좋다. 감기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 감기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이럴진대, 그저 가만히 보고 있을 텐가. 인근의 전통시장으로, 농협 마트로, 아니면 직거래로 제주의 천혜향을 집안으로 불러들이고 볼 일이다.

한 여성농민이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천혜향을 따고 있다.
한 여성농민이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천혜향을 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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