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자주’ 없이 우리 농업의 미래 없다”

[인터뷰] 박흥식 신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농지개혁·농민수당 보장이 향후 전농 과제
통일농업 실현 위한 대북제재 해제운동 전개도

  • 입력 2020.02.09 18:00
  • 수정 2020.02.11 10:4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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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1985년, 전두환 동생 전경환의 대대적인 호주 소 수입으로 농민들이 분노해 투쟁하던 상황에서, 전북 부안군의 한 농민이 투신하려다 저지된 일이 있었다. 그를 저지하던 농민 중 박흥식 신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이 있었다. 박 의장은 그 과정에서 ‘우리 농업 현실이 왜 이럴까?’란 의문을 가졌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어느새 박 의장이 농민운동을 시작한 지 35년. 그는 서른 살을 맞이한 전농의 새 지도자가 됐다. 박 의장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전농의 미래상은 무엇일까.

신임 전농 의장으로서 소감은?

우리 민족의 자주성 측면에서 고민이 많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6조원 요구를 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동맹국인지 속국인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농업개방을 요구받으며 지금의 농업현실에 이르게 된 책임은 미국에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없다. 의장을 맡고 나니 무엇보다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크다.

올해가 전농 30주년이다. 지난 30년 농민운동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전농이 나아갈 길을 묻고 싶다.

30년 전농 역사를 볼 때, 처음엔 수세싸움, 고추투쟁과 의료보험 통합일원화 싸움 등을 통해 일정 성과를 내며 전농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개방농정 반대, 농산물 가격보장, 쌀값 안정투쟁 등으로 정부에 요구하는 걸로만 긴 세월을 낭비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정치세력화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향후 30년의 농업에 있어, 첫 번째 과제는 농지개혁이다. 농지문제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에 공식적으로 요구해 의제화시키고, 국회 토론을 통해 농지개혁을 실현해 모든 농민이 농지를 소유하게 해야 한다. 만약 그러지 못할 시엔 국가가 농지를 소유해 저가 임대료로 농민이 농사지을 수 있는 구조부터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소득 보장이다. 개방농정 하에서 소득구조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볼 때,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법적·제도적 장치로서 농민수당이 보장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학교급식, 공공급식에 중소농들이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공급하고, 남은 농산물은 대도시에서 국민들이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과제다.

임기 중 중점 사업방향은?

지금 전농 현장조직을 보면 이미 면 단위 조직이 많이 무너졌다. 군 농민회도 활동가 중심으로만 남았다. 총연맹의 결정사안을 따르는 데 있어 중앙부터 면 단위까지 얼마나 일치되는지, 전농이 연맹조직으로서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이 든다.

따라서 우선 조직교육 사업이 중요하다. 조직사업에 있어 면 단위를 복원하고, 복원사업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그리고 활동가들이 힘들지 않고 어떻게 재밌게 활동하게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 다음이 자주통일 사업이다. 전농 강령에 민족자주와 통일농업 실현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에겐 반미운동을 통한 자주성 회복, 그리고 통일농업 실현을 위해 현장에서부터 전 국민적 운동을 만들어갈 책무가 제기된다.

문재인정부 농정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그에 대한 대응방향은?

농민들은 문재인정부에 농업계 적폐청산을 요구했으나 단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농특위도 늦게 만들어졌다. 10개월 가까운 농식품부 장관 공백도 이어졌다. 사실상 문재인정부는 농정을 방치했다. 앞으로 문재인정부를 압박해 일을 제대로 하게 만드는 게 당면과제다.

최근 전농은 농민수당 청원조례를 각지에서 시작해 점차 안착시키고 있다. 이젠 정부가 이를 받아 안아 국민적으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리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농특위에 대해 정확히 짚고 가야 한다. 농특위에서 논의하는 내용 중 긍정적인 것들이 있지만, 이를 농식품부가 안 받아들이면 논의로 끝날 뿐이다. 따라서 농특위에서 논의된 사안을 어떻게 정책으로 입안할 것인가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 표명이 이뤄지도록 농특위에 촉구해야 한다.

통일트랙터 사업을 비롯한 남북교류 문제에 대한 입장은?

지금 미국의 행태를 봤을 때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통일트랙터는 나아가기 힘들다. 이에 전농 전북도연맹에 있을 때부터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서명을 받았다. 기관장들까지 서명운동에 동참하면서 대북제재를 푸는 게 남북관계의 긴장을 푸는 일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앞으로 전농 차원에서 대북제재 해제 촉구 서명을 받아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의 대사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농민들의 남북 공동경작과 품앗이 사업을 위해 농업분야에서 대북제재가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어 북에 정식공문을 보내고 동시에 남북 간 농업교류가 가능하도록 정부를 설득할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하는 결단에 나서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농협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직선제로 변화시켜야 한다. 정부도 중앙회장 선거가 직선제로 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품목별 연합회의 조속한 구성으로 농협이 경제사업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신용사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중앙회 시·군지부는 신·경분리에서 제외시키고, 회원조합과 함께 품목별 현안을 분석·지원할 수 있도록 전환시켜야 한다.

올해 총선에 대한 전농의 대응은?

우선 총선 후보자들에게 농업의제를 확인시키고, 그들이 내건 농정공약이 국회 입성 뒤 법적·제도적으로 잘 실현되는지 확인하고 강제하는 게 우리의 1차 과제다.

또한 민중당에서 전략공천으로 김영호 전 전농 의장을 비례후보 2번으로 정했다. 민중당 후보 당선을 위해 정당투표율 3%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농민이 국회에서 농민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한 표, 한 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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