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살처분 농장에 언제 돼지 들어올까

살처분·이동제한 농장, 경영피해 누적…11일 단체행동 예고
농식품부, 야생멧돼지 발생 이유로 재입식 절차 미루기만

  • 입력 2020.02.09 18:00
  • 수정 2020.02.14 14:1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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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돼지를 살처분한 한돈농민들은 언제 다시 생업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가 뚜렷한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이들의 피해는 점점 쌓여가고 있다.

경기, 인천, 강원지역에서 살처분 및 이동제한 조치를 받은 한돈농민들로 구성된 ASF 희생농가 총괄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준길, ASF 비대위)는 오는 11일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농식품부가 살처분 농장이 언제부터 재입식 절차를 밟을 수 있는지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각 피해 상황에 맞는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9일 이후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에선 ASF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살처분 농가들은 아무 작업도 하지 못한 채 4개월여 동안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돼지 7,000여두를 살처분한 인천 강화지역의 한 한돈농민은 “아직 농장엔 직원 12명이 남아 재입식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살처분보상금으로 겨우 버티고 있지만 돼지가 없으니 농장 보험 가입도 안 되고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연천지역의 한 한돈농민은 “농장시설은 그대로 방치하면 망가진다. 분뇨처리시설 등은 일부러라도 가동해야 하니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에서 금융지원을 받으려 해도 돼지를 사육하지 않으니 보증으로 내놓을 게 없다. 게다가 기존에 진 채무는 지원에서 제외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동제한에 묶인 한돈농민들도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원 철원지역의 한 한돈농민은 “철원은 정작 사육농장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태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동제한에 발이 묶였다”라며 “제대로 농장을 운영하려면 후보돈을 들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생산성이 뚝 떨어졌다. 돈가도 낮은데 이동제한으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철원지역 농장은 허용된 도축장으로 자돈을 출하할 때마다 채혈 등의 검사를 거쳐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이마저도 지체되기 일쑤인 상황이다.

ASF 비대위는 설 명절을 앞둔 지난달 20일 세종시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농식품부에 ASF 피해 농가를 구제할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준길 ASF 비대위원장은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해 연내 해결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미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재입식에 관한 자문도 받았다는데 여태껏 재입식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헌법을 보면 재산권을 제한하면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입식 지역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과 농식품부의 직무유기에 대한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하는 상황을 감안해 재입식 시점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에도 경기 파주·연천, 강원 화천지역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 16개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전국적으로 야생멧돼지 ASF 확진은 5일 현재 164건에 달하고 있다.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 관계자는 “농장 재입식을 허용했다가 다시 사육돼지에서 ASF가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며 “민간전문가와 학계가 재입식 평가기준안을 만들어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속히 작업을 진행해 농가에 알리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야생멧돼지 상황을 봐야하겠지만 상반기 내에는 기준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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