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도농 간 소득 격차 줄이고 사회적 가치 창출 시대로

  • 입력 2020.02.09 18:00
  • 기자명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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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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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식량·에너지 문제 등의 해결 여부는 농민과 시민 모두가 농업·농촌을 어떻게 평가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농업을 사회적경제, 평화경제, 소셜벤처의 요람인 미래산업으로 바라보고, 농촌을 사람들이 돌아오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문화성지로 만들자. 이와 함께 농민은 국토 경관과 식량 주권을 지키는 유공자로 존중받고, 도시는 중소상인과 공존할 수 있는 안전한 농산물, 공정한 유통플랫폼을 갖춤과 동시에 시민은 건강한 농산물 공동생산자이자 지역상생의 주역이 되는 사회적 가치 창출 시대로 나아가자. 사회적 가치란 공동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 지역사회·지역경제·환경·문화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각 부문만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추구한다.

농업의 희생으로 이룩한 압축 고도성장의 시대는 저물고 저성장 시대가 도래했다. 고령화·저출산·생산연령인구 감소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선진국 경제성장률(올해 1.4% 예상)처럼, 수직적 성장이 아닌 수평적 성장 즉 완만한 성장(올해 2.2% 예상) 추이가 유지될 것이다. 그러므로 성장률 신화의 굴레에서 벗어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해소하며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가치 창출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UN에서 발간한 ‘2019년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행복 수준은 조사대상 156개 나라 중 54위로,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 삶의 질은 하락하고 있다. 또한, 최근 기획재정부, OECD, UN에서 발표한 사회적 가치 분야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회통합 분야는 사회적 지원이 하위 41%(91위/155개국), 지역사회 분야는 지원관계망 질이 선진국 하위 1%(40위/40개국), 지역경제 분야는 대도시권 GDP 비중이 선진국 하위 13%(28위/32개국), CSR(기업의 사회책임) 분야는 기업 경영관행이 하위 25%(47위/63개국), 환경 분야는 대기오염이 선진국 하위 1%(40위/40개국)로 나타났다.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과 사회적 가치 지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무원·조직·재정사업 등 모든 평가에 사회적 가치를 주요 항목으로 포함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공공부문의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기금의 존치 여부를 결정하거나 국가연구개발(R&D) 성과를 평가할 때와 예산 배정에도 반영하여 사회적 약자 보호, 기회균등, 공동체 등 사회적 가치와 관련성이 높은 사업을 선정해 예산을 적극 지원한다고 한다.

정부가 제시한 사회적 가치와 관련성이 높은 사업은 농업·농촌 분야다. 농촌경제연구원의 ‘2019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국민경제에서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농업인의 약 53%, 도시민의 약 55%가 공감하고, 농업·농촌이 가지는 공익적 기능에 대해 도시민의 64%가 ‘가치가 많다’고 생각한다. 중요하고 가치가 큰 데도 불구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로 연결되지 못해 도시와 농촌 간 소득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가소득은 도시 근로자가구의 65% 수준(2018년 기준)으로 농산물시장 개방 후 격차 심화가 가속화됐다.

농협중앙회는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위해 협치농정을 통한 지자체 협력사업 확대, 시·군 활성화 및 신기술보급사업 등 농업소득 증대의 장기적 기반 구축, 농축산물 수취가 제고, 농가 경영비 절감, 공적보조 확대를 위한 농정활동 전개 등 전사적인 노력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농민에게 가격결정권이 없고 농민의 출하선택권이 협소한 현재의 유통구조 하에서 농산물 수취가 제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유통단계 축소 및 공정한 유통체계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성과를 공유해야 농산물 수취가격이 적정하게 매겨질 수 있다. 사회적 성과를 통해 제값 받고 제값 주는 농산물 유통플랫폼이 조성돼야 소득 격차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도농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제도와 정책이 추진된다면, 지방소멸문제 극복은 물론이고 국가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도시와 농촌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가치와 성과를 측정하듯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센티브 지급과 사회적 성과를 키워야 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사회적 가치 측정 기법(사회투자 수익분석, 비용편익분석, 비용효과분석, 결과물평가, 지역승수평가 등)을 개발하고 고도화해 나갈수록 국민적 공감을 얻으며 인센티브를 정확하게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공익형 직불제가 국민적 지지 속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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