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 농산물 ‘지리적 특허제’ 도입하라!

  • 입력 2020.02.09 18:00
  • 기자명 선재식 순창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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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식 순창농협 조합장]

해방 후 배고픈 시대에는 배불리 먹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였다. 이젠 건강한 삶을 위한 친환경 농산물로 사회적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이웃 고창군과 우리 순창지역에서 재배한 복분자도 이런 시대적 분위기와 함께 농가소득에 크게 기여했다. 복분자 농사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지자체 지원 아래 남쪽 제주도에서 북쪽 강원도 철원까지 온통 복분자를 심었다. 그러다보니 과잉 재배에 과다 경쟁이 발생했다.

경제학자들에 의하면 내수시장이 버티려면 인구 1억명 이상은 돼야 한다. 인구도 적고 소비는 한정돼 과잉생산으로 함께 무너지게 된 것이다. 통제가 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경쟁적으로 뛰어들다보니 서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구조는 크나큰 모순을 안고 있다.

2000년대 초 전북 순창농협에서 홍보하고 육성해 농가소득에 크게 기여한 작목이 두릅이다. 봄에 산에 오르면 새순이 올라오는 것을 꺾어 집에 가져와 먹던 자생식물인 두릅을 재배상품으로 개발해 농가와 지역 소득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특히 순창 두릅은 전국 농산물이 집중되는 서울 가락동 공판장과 서울시내 여러 시장에서 상인들의 입을 통해 최고의 상품임이 확인되고 있다.

처음 상품으로 개발하고 만들어낸 순창지역 농민들의 기술이 최고로 인정받기까지는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경락가격이 출하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등락폭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농가수취가격도 좋은 편이다. 순창군 전 지역에서 활발하게 재배하고 있어 지역 농가소득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있다.

지난 시기 과잉 경쟁으로 시장이 무너진 복분자 농사처럼 두릅 모종이 전국으로 퍼져나가 경쟁 대상으로 다가오는 것이 불편하다. 서울 지인에게 연락하니 직장에서 타 지역에서 생산하는 두릅을 일괄 주문 받았다고 한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먼저 상품으로 개발해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해선 ‘지리적 특허제’를 법제화하는 것이 상생하는 길이고 농민을 보호하는 정책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배추는 정선과 해남, 밤은 공주, 잣은 가평, 양파는 무안과 창녕, 이런 식으로 각 지역에서 유명세를 인정받거나 특화된 농산물과 신규로 재배하는 농산물은 지리적 특허제를 도입해 가락공판장이나 대형마트 등 공공성 있는 유통기업에 자유롭게 납품을 보장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인정(등록)받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은 사적인 거래만 가능하도록 해 과잉생산이 되지 않도록 질서를 잡음으로서 안정된 생산으로 농가소득에도 안정을 기할 수 있다고 본다.

더 이상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했다고 트랙터로 배추나 양파 등을 갈아엎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리적 특허제를 제안하며 농림축산식품부와 입법기관에서는 관심있게 들여다 봐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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