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정체성 회복부터 시작된다

  • 입력 2020.02.09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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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토피아’ 구현,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취임사에서 제시한 농협중앙회의 청사진이다.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민이 존경받는 농토피아라, 상상만으로도 참 좋다. 하지만 이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일 뿐이다. 신임 농협중앙회장의 청사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해결돼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농협 개혁이다.

농협 개혁은 선거철이나 농협중앙회장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단골메뉴란 말은 아무리 농협 개혁을 주장해도 지금까지 실현되지 못했다는 뜻이며 동시에 그만큼 절실히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농민들은 아무리 땀 흘려 농사지어도 가격이 폭락하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농협의 주인인 농민은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지만 농협은 고액 연봉과 성과금 잔치를 벌인다. 현재의 농협은 농민들의 절박함을 철저히 외면한 채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린 지 이미 오래이다.

농협을 아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농협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농산물 가격폭락의 주요 원인인 수입농산물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농협은 농민이 내미는 손을 잡아주기는커녕 정부의 눈치 보기에 바빴다. 또한 농협은 수입과일을 버젓이 매장에서 판매해 농민들을 두 번 죽이면서 자신들의 이익 창출에만 매달렸다.

농협을 개혁하지 않으면 현재의 한국농업은 회복되기 어렵다. 지금까지 농협은 꿈쩍하지 않았고 바뀌고자 하지 않는다. 거대한 공룡이 돼 버린 농협은 변화를 거부한 채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는 데만 집중할 뿐이었다. 작은 변화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농협을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농협중앙회장이 바뀐 지금이 바로 농협 개혁의 적기이다.

먼저 농협중앙회가 스스로 개혁주체로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농민단체와 외부에서 아무리 농협 개혁을 외쳐도 농협중앙회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 농협중앙회가 자기반성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 신임 농협중앙회장의 첫 번째 열쇠, 농협의 정체성 확립은 바로 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농협 본연의 모습, 본연의 역할은 바로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농민을 위한 협동조직인 농협이 사업체로서 지녀야 할 가치는 협동조합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조합원인 농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다. 조합원의 공동이익에 기여하는 연합회 조직으로 개혁된다면 농협은 농민의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가장 많은 자본과 사람을 가진 곳이 바로 농협이다. 농민들의 힘으로 성장한 농협은 농민이 존재해야 그 가치가 인정된다. 농민의 농협으로 탈바꿈 해 농민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농협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거대권력 조직으로서의 농협이 아닌 농민의 든든한 동반자로서의 결사체, 농협이 되기 위한 기회가 지금이다.

100년 후 농협다운 농협을 기대한다면 농협중앙회장이 바로 지금 농협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그 길에는 농민 조합원과 함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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