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이래 가장 ‘따뜻한’, 월동작물 농가에겐 ‘혹독한’ 겨울

이상 고온·잦은 강우 뒤이은 입춘 한파
빠른 생장 탓 생육 장해 및 냉해 우려
생산 과잉으로 인한 수급 문제 가능성도

  • 입력 2020.02.09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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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3일 전남 고흥군 과역면에서 농민 정영만씨가 웃자란 마늘의 생육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일 전남 고흥군 과역면에서 농민 정영만씨가 웃자란 마늘의 생육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매섭게 찾아온 입춘 한파와 더불어 월동작물 재배 농가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생장속도가 예년보다 빠르고 웃자람까지 관측된 가운데 혹한의 추위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전국 평균기온은 2.8℃로 기상청이 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 평균 최고기온과 최저기온도 각각 7.7℃와 –1.1℃로 나타나 그간의 관측 기록을 경신했으며, 강수량은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이렇듯 높은 기온과 잦은 강우의 영향으로 마늘·양파 등 월동작물 생장은 예년과 비교해 매우 빠른 상황이다. 지난 3일 전남 지역에서 만난 농민 대다수는 월동작물의 생육장해 및 병충해 확산 등에 우려를 나타냈다.

전남 고흥군 과역면에서 마늘을 재배 중인 농민 정영만(58)씨는 “평소 같으면 마늘잎이 5~6장 정도 나왔을 텐데 최근 9장을 훌쩍 넘었고 크기가 60cm를 넘긴 것도 있다. 작황이 좋다고도 볼 수 있지만 생육이 왕성한 만큼 기습 한파 시 냉해 등 저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식물체가 동면에 접어든 생육 초기에 영하권의 저온이 일정 수준 지속돼야 토양 내 병원균과 벌레 등이 죽거나 활동을 못 할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벌써부터 포장에 흑색썩음균핵병이 나타나고 뿌리에선 토양선충까지 발견되고 있다. 재배 농민 모두 염려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또 고흥군 금산면의 농민 박두영(62)씨는 “올해는 양파 생장 속도가 30% 이상 빠른 것 같다. 수확 시기도 보름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조생 양파의 경우 생장 속도가 너무 빠르면 쌍구나 추대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최근 관리에 만전을 가하고 있지만 수확기 상품성 하락으로 가격이 좋지 않게 형성될까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관련해 유승오 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장은 “따뜻한 날씨 탓에 올해 마늘·양파의 생육장해 및 병해충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마늘·양파가 웃자랄 경우 식물체 내의 탄수화물과 질소 비율이 낮아 식물체가 약해질 수 있고 영양생장에서 생식생장으로의 전환이 늦어 구 비대 불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월동 후 질소질 비료를 적게 주는 게 효과적이며 흑색썩음균핵병·노균병·잎마름병·녹병 예방을 위해선 약제방제 시기를 평년보다 1주일 앞당기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은 “생육장해 및 병충해 확산 등은 질소질 비료를 적게 주고 방제횟수를 늘리는 등 현장에서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다.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나 수급 문제다”라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선 올해 양파 생산량이 약 30% 감소할 전망이라 발표했지만 매년 생산단수와 생산량이 늘어난 상태기 때문에 올해 역시 과잉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체 재배면적의 5%에 불과한 조생보다 중만생에 대한 수급 대책을 미리 강구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 역시 “지난해 생산 과잉의 영향으로 재고 물량이 많아 깐마늘 가격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데 올해 작황마저 좋아 생산량이 또 늘어난다면 작금의 사태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최근 마늘 농가 사이에선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단 예감과 함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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