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문서로 얼룩진 선거판

불법적 선거운동에도 중선관위는 뒷짐만

  • 입력 2020.02.09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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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재경전북농협향우회 일동 명의로 지난해 11월 무렵 전남·북 조합장들에게 유포된 괴문서.
재경전북농협향우회 일동 명의로 지난해 11월 무렵 전남·북 조합장들에게 유포된 괴문서.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선 이전 선거와 마찬가지로 괴문서와 흑색선전 등 불법적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렸다.

첫 괴문서는 재경전북농협향우회 일동 명의로 지난해 11월 무렵 전남·북 조합장들에게 유포됐다. 괴문서는 기호 7번 유남영 후보(전북 정읍농협 조합장)를 당선시켜 호남출신 회장의 연임으로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의 철학과 농정이념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다른 후보들의 출마 자격에 문제가 있음을 거론하며 유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와 당선을 당부했다.

이와 관련 유 후보는 이런 문서를 뿌린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직접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후보 진영이 유 후보를 겨냥해 역공세를 펼쳤다는 후문도 있다. 김 전 회장 또한 언론을 통해 유 후보에 대한 지지설을 부인했지만 풍문은 계속됐다.

선거 기간인 1월 초엔 충남과 대전지역 조합장 40여명이 이주선 후보(충남 아산 송악농협 조합장)의 당선을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는 제보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 제보자는 “선관위에 제보했지만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아 언론을 접촉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괴문서는 1월 중순 경남의 대의원 조합장들을 상대로 발송됐다. 괴문서엔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최덕규 후보(전 경남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의 출마를 문제로 지적하며 1차투표에선 강호동 후보(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에게 표를 주고, 결선투표에서 유 후보에게 표를 모아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호남의 연대로 유 후보자를 당선시키자는 주장이다. 괴문서의 명의는 강 후보 캠프 자원봉사자 3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괴문서를 작성한 적도 없고 명의도용을 당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과정에선 괴문서뿐만 아니라 문자를 통해서도 후보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불법적 선거운동이 전개됐다. 특히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 흑색선전은 더욱 구체화됐다. 유 후보가 전남의 대의원 조합장들에게 700만원씩 건넸고, 구속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불법적 선거운동이 선거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적극적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선관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건은 단 1건”이라며 “이조차 그 내용을 확인시켜줄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또한 지난달 31일 당선된 이성희 신임 회장이 당선증을 교부받는 자리에서 박영수 중선관위 사무총장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차분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러 고맙다”는 인사까지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된 불법적 선거운동 정황과는 대조되는 입장이다.

위탁선거라는 명목아래 중선관위가 취한 수수방관적 태도는 직선제·깜깜이 선거와 함께 농협 회장 선거가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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