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없는 개혁은 없다

  • 입력 2008.07.08 11:05
  • 기자명 한도숙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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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도숙 의장
어렸을 적 필자의 아버지는 참으로 가난했다. 매일 농사일에 찌들려 살아도 살림은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와중에 5·16군사정변이 일어나고,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1년 6월15일 농업은행과 구 농협을 통합하여 같은 해 8월 15일 현재의 농협을 발족시켰다.

설립 당시 농협은 이동(里洞)조합·시군조합·중앙회 등 3단계로 조직되었다. 농협의 활동 목적은 농민 스스로 협동하여 사회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데에 있었다. 당연히 아버지는 자그마한 희망을 품고 이동(里洞)조합에 쌀 한가마 출자로 기꺼이 참여한 것이다.

당시 군용 천막을 치고 밥상을 놓고 조합장과 서기 한사람이 참으로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많은 조합장들이 자산을 탕진해가며 협동조합운동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렇게 농협은 시작 되어 현재는 전국 읍면 행정 말단까지 조직되어 있는 명실상부한 금융·행정조직이 됐다.

그러나 농협은 애초 출발한 농민을 위한 농협이 아니라 농협조직 자체를 위한 농협으로 변질하였다. 최원병 회장의 당선과 함께 농협개혁위원회는 다시 설치됐다. 그러나 2개월간의 개혁 작업은 안팎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군사정권의 강압으로 출발한 태생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이 크다 할 것이나, 최원병 회장의 의지와 조직원들의 적극적 협조 그리고 개혁위원들의 역사적 책임의식이 함께 한다면 좋은 성과를 남기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도출된 개혁안들을 실제 개혁으로 만들어갈 책임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혁안들을 창고 보관용 서류뭉치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신경분리의 문제 등 모든 개혁안들과 중장기적 과제들이 효과적으로 추진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농협은 농민들의 생각을 농협정신에 기초해서 반영해야 한다. 어려워지고 있는 농업을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내고 국민들의 안전한 밥상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다시 태어 나야하는 역사적 과제가 있는 것이다.

아픔이 없는 개혁은 없다. 통증을 참고 이겨 낸 곳에 새살은 돋는 것이다. 이것이 아버지가 출자를 하게 된 희망의 농협 정신이 아니겠는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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