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선전·선심성 공약·금품선거 …’

농협 회장 선거가 남긴 과제들

  • 입력 2020.02.09 18:00
  • 수정 2020.02.14 14:13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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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10명의 후보자들이 투표장소인 대회의실로 입장하는 대의원조합장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10명의 후보자들이 투표장소인 대회의실로 입장하는 대의원조합장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금품 및 향응이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시에 ‘깜깜이 선거’도 여전했다. 투표권이 없어 제3자가 돼버린 조합원과 지역농협 조합장 소외 문제 등은 농협 회장 선거 제도 개선의 당위성을 부여한다.

간선제인 농협 회장 선거는 후보자 입장에서 농업문제 해결방안보다 유권자인 대의원 조합장들의 입맛에 맞는 공약으로 표심을 얻는 것이 수월하다. 그러다 보니 모든 후보자들이 조합장만을 대상으로 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 자신이 회장이 되면 농협중앙회 자금을 통해 조합장 임금과 차량을 지원하고, 퇴직 연금까지 지원하겠다는 공약들이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조합장 임금은 대의원총회 의결사항이지만 이를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바꾸겠다는 공약도 있다. 조합장 임금 인상을 손 쉽게 만들겠다는 달콤한 사탕인 셈이다. 이와 관련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는 “조합장 보수규정 개정 절차 완화 및 퇴직연금보험 도입 등의 공약은 조합원의 정서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선심성 공약 외에 금품·향응으로 표심을 얻으려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일부 후보자가 지역의 대의원 조합장들에게 몇백만원씩 제공했다는 등의 얘기는 실제로 대의원 조합장들 사이에선 공공연하다.

이로 인해 간선제라는 한계를 넘어 직선제를 비롯한 농협 회장 선거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농협 개혁 진영의 목소리다.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상임이사는 “농협 회장 선거에 조합원은 투표권이 없어 후보자들에겐 관심 대상이 아니다. 진정한 농협의 주인은 농민조합원이지 조합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직선제가 되면 조합원간 활발한 의견 개진으로 다소 시끄럽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투표에 참여하면서 농업과 농협에 대한 민주의식이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협 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농협 발전을 위한 여러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그럼에도 농협 회장 선거는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을 받는다. 선거운동이 언론사 주최 토론회나 합동토론회도 없는 제한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예비후보자 제도의 도입으로 문자메시지·전화·인터넷·명함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졌지만 후보자 검증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지금으로선 선거에 누가 나오는지,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 아는 조합원이나 지역농협 조합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유권자인 대의원 조합장이 오히려 선거가 어떻게 돼가는지 되물을 정도다. 한 대의원 조합장은 “대의원들끼리 통화해 봐도 누가 누군지 잘 모르고 우리도 문자만으로 정보를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역대 최다 후보자 출마로 선거에 혼란을 더했다. 통상 4~6명의 후보가 나왔던 이전 선거들과 비교하면 거의 두배 규모다. 후보자의 난립은 선거 과열 등 부작용을 발생시켜 조합장들이 출마 규제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익명의 대의원 조합장은 “사퇴 후 선거에 출마하도록 해야 신중한 고민 끝에 출마를 결정하고 목숨 걸고 선거에 나설 텐데, 지금으로선 떨어지더라도 다시 조합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으니 적은 부담으로 출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장 출마 시 현직 사퇴라는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대의원 조합장은 또한 “자기 이름으로 농협 회장 선거에 나오면서 조합비로 돌아다니고 직원을 데리고 다닌다”며 현직 조합장이 출마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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