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 농촌에서 살아가기’

음성군여성농민회 연속 성평등 강좌 진행
체념의 시간 넘어 변화 꿈꾸는 농촌 여성들

  • 입력 2020.02.02 18:00
  • 기자명 안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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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기원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충북 음성군여성농민회(회장 김나경, 음성여농)는 금왕읍 우리협동조합에서 ‘미디어로 보는 성평등’ 강좌를 열고 회원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미디어 전문 강사를 초빙해 실제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진행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웃고 떠들기도 하는 시간이었지만, 강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의 마음엔 ‘깨달음’이 남았다. 자신도 모르게 ‘인간’의 기본값을 ‘남성’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음성여농은 이번 성평등 강좌를 일회성이 아닌 주 1회씩, 총 8회에 걸쳐 진행하는 것으로 기획했다. 성평등의 수위로 치자면 가장 낮다고 볼 수 있는 농촌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 나서 ‘농촌형 성평등’의 내용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고민에서 이번 강좌를 기획했다.

지금까지 총 5회 진행된 강좌는 전문 강사의 강의뿐 아니라 동영상 강의를 보고 진행하기도 했다. 두 시간은 강의, 한 시간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구성했다.

공현정 음성여농 사무국장은 “전문 강사들도 여성농민으로서 농촌공동체에서 느끼는 리얼한 상황에 대해 체감이 적다.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 안에서 공유되고 만들어진다. ‘성평등’이라는 것이 모든 일상과 삶 전체 영역에 걸쳐있으니 참 어렵다”고 전했다.

농촌지역에 사는 여성농민이라도 세대에 따른 차이도 확연히 드러났다. 70대의 여성농민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해서 젊은 세대는 공감하지 못한다. 다만 그런 문제에 대해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체념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부부관계에서 풀리지 못하는 많은 문제들이 농촌여성들을 더욱 어렵게 한다.

공 사무국장은 “중요한 전환의 시기다. 남성들이 이런 교육을 더욱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강조한다. 공적으로 진행되는 이장단 교육, 지도자 교육 등에서부터 성평등교육을 의무화해 나가야 농촌지역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공 사무국장은 이어 “가슴이 아프다. 대동계 문화나 마을회관에서 여성들이 하는 역할, 지역사회에서 무임으로 끝없이 하는 소위 ‘봉사’로 얘기되는 활동들이 무척 많다. 일정부분 마음에서 접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곳이 농촌이었지만, 바꾸고자 한다면 무엇부터 똘똘하게 해볼 수 있을까 서로 주고받는 시간들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음성여농의 성평등 강좌는 앞으로 총 3회의 강좌를 남겨두고 있다. 변화를 꿈꾸는 농촌여성들 누구에게나 강좌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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