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국회의원이 필요한 이유

  • 입력 2020.02.02 18:00
  • 수정 2020.02.02 19:3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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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민의 정치세력화는 급진전되는 정세 변화와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농민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농민들이 정치의 주인이 되자는 것이다. 농민의 손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정권을 세우자는 것이다.’

2003년 11월 4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채택된 농민정치세력화 방침은 이렇게 시작한다. 전농은 2000년 총선까지만 해도 정당참여를 하지 않았지만 신중한 토론을 거쳐 민주노동당을 통한 농민정치세력화에 뜻을 모으게 됐다.

이어 다음해인 2004년 총선에 6명의 농민후보가 출마해 2명의 농민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2006년 지방선거엔 무려 102명의 농민후보가 출마해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을 전개했으며 12명이 당선됐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정권이 잇달아 집권하고 진보정당이 분열되며 농민정치세력화는 큰 시련을 맞는다. 촛불항쟁으로 박근혜정권이 무너졌지만 여건은 10여년 전과 비교해 더 녹록지 않았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전농이 민중당과 함께 등록한 농민후보는 15명이다.

게다가 정권이 교체됐어도 국회는 여야 자리만 바뀐채 그대로였다. 문재인정부 초기 들뜬 기대감은 빠른 속도로 식어갔다. 20대 국회 내내 농민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의원을 찾지 못하고 국회 앞에서 발을 굴러야 했다. 지난 2018년 12월 12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원회관까지 찾아와 면담을 요청한 농민들을 외면하는 장면은 국회의 농업 홀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강광석 전농 정책위원장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구성을 보면 그냥 거쳐가거나 숫자만 채우는 비전문적인 의원들이 많다”면서 “농민이 국회와 소통할 구조 자체가 안 됐다”고 고개를 저었다. 특히 미허가축사 적법화처럼 소관 상임위인 농해수위 이외에 다른 상임위와 함께 풀어야 하는 사안에선 더욱 소통이 어려웠다.

선거 때 자신이 농민의 아들이자 딸이라며 농민들을 찾아다니던 정치인들은 당선된 뒤엔 막상 농해수위를 기피했다. 농해수위에 배정되더라도 여당은 정부 눈치보느라, 야당은 당론에 밀려 농업현안에 눈을 감는다. 현 20대 국회는 아무리 여건이 어려워도 농민정치세력화가 필요한 이유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고 하겠다.

농민정치세력화는 시련 속에서도 농민수당이란 값진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김영호 전 전농 의장은 “현장에서 농민들을 만나보면 절반 넘게 농민수당을 알고 있다. 아직 완결된 운동이 아니지만 지금까지만 봐도 대단한 성과다”라며 “농민수당은 전농과 민중당이 현장의 농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만든 정치로 민주주의 발전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농민수당을 법제화하려면 법안을 만들어 발의할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수많은 농민의 아들딸이 있지만 그들이 대신해주진 않을 것이다.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정치세력화 방침에 따라 출마한 농민 후보가 반드시 당선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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