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북한농업, 올해는 다수확에 총력 매진

  • 입력 2020.02.02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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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올해 북한의 농업방침은 사실상 ‘다수확’에 모아졌다. 지난해 말 ‘당전원회의’에서 농업부문을 ‘정면돌파전의 주타격 전방’으로 선언한 이후 북한의 모든 부처와 기관들까지 다수확농업을 위한 지원에 나선 모양새다. 대북 제재국면이 장기화 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17일부터 19일에는 농업부문 총화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지난해 다수확을 이룬 단위와 농민들을 성대하게 포상했다. 새해 첫 금요노동에도 모든 부처와 기관들이 농업현장을 찾아 다수확을 위한 지원활동을 벌였다. 이어 24일에는 북의 농민을 대표하는 농업근로자연맹이 궐기대회를 열어 다수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이번 다수확정책을 ‘정면돌파전’의 주요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으로 보는 듯하다. 관개시설을 서둘러 복구·확충하는 일과 기계화 비중을 높이는 일, 그리고 생태환경을 고려해 자연재해를 방지하는 일까지 최종 목표는 다수확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보여주기 단위’를 정하고 있다. 영농준비과정부터 수확기까지 전 과정을 통해 주변 농장들을 독려해 나갈 방침인 듯하다. 그들 방식의 시범농장이 꾸려지는 셈이다. 성공사례를 발굴하려는 것이다. 특히 추진과정에서 ‘땅타발’, ‘날씨타발’, ‘조건타발’ 등으로 핑계 삼지도 말고, 지난 경험을 내세워 새로운 과학농사를 주저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이와 관련 “다른 것은 없어도 참을 수 있지만 배고픈 것과는 타협할 수 없다”며 “자식들이 배를 곯으면 어머니가 구차스러워도 동냥 길에 나설 수밖에 없듯이 국가도 나라 쌀독이 비게 되면 남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게 된다”는 논조로 다수확정책의 불가피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농업부문 관리제도에 있어서도 성과분배의 ‘평균주의’를 비판하면서 ‘포전담당책임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농민의 생산의욕을 고취하도록 강조했다. 특히 일선 군당위원회가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의 영농실무에 간섭하거나 농업 연구기관의 위상과 역할을 손상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문제를 ‘내각책임’, ‘내각중심’으로 풀어간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다수확에 매진하는 방침을 통해 북한은 올해부터 적잖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농업생산기반은 이전과 달리 빠르게 복구되거나 확충될 것이며, 품종과 축종의 개량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비료, 농약 등 영농물자와 농업용 기계의 부품 공급 역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농업은 그들 경제의 2대 부문을 차지하는 위상이다. 농업이 활성화되면 경제전반에 미치는 선순환 효과도 클 것이다.

반면 다수확정책은 현실적으로 알곡 중심의 생산목표를 다그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축산과 과수, 시설농업, 특용작물, 산림복원 등을 장려하려던 당초 정책은 상대적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한의 농업구조 개선이 절실한 시점에서 이러한 알곡증산 정책은 향후 많은 아쉬움을 남길 가능성도 높다.

사실 남한의 농업은 세계적인 다수확 기록을 갱신해 왔다. 증산을 위한 연구개발과 교육훈련, 그리고 전후방산업도 잘 갖춰져 있다. 증산과정에서 주곡의 자급 달성과 함께 우리 농민의 성취감과 자긍심도 높여 왔다. 그렇지만 다수확 중심의 정책이 빚은 그늘도 깊었다. 불가피한 선택을 꺼내 든 북한의 대책에 대해 착잡함을 금할 수 없지만 우리 모두 섣부른 훈수는 경계할 일이다. 그보다는 지원과 협력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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