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등골 휘는데 지역농협 성과금 잔치

  • 입력 2020.02.02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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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경북의 한 지역농협 이사회에 올라온 특별성과금 지급 안건 문서.

지역농협들이 농민들의 어려움은 아랑곳없이 성과금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경북의 한 지역농협에선 지난 1월 이사회를 열어 상근 직원 특별성과금 150% 지급을 결정했다. 이 농협은 지난해 연말 이사회에 특별성과급 지급 안건을 올렸다. 당시 조합장은 같은 지역 농협 조합장 협의회에서 일괄적으로 특별성과금 200% 지급을 합의했다며 직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이사회에선 논란 속에 50%를 낮춰 150% 지급을 결정한 것이다. 이 지역 다른 농협들의 경우 실제로 특별성과금 200%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농협의 한 농민 조합원은 “지난해 조합원 대부분이 복숭아, 마늘, 양파 농가들이라 평년 수익의 반토막이 났다”며 “농산물 가격 폭락에 따른 농민 지원을 얘기해야 하는데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농협이 특별성과금 지급을 당연하다는 듯이 결정하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농협의 경우 조합원 2,150명 수준의 작은 농협이다. 지난 2018년엔 당기순이익 9억원을 실현한 가운데 특별성과금 300%를 지급했고, 올해는 당기순이익 6억5,000만원 정도가 예상된다. 총 직원이 36명 정도로 특별성과금 150%를 지급할 경우 2억원 가까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 농협 조합원이 특별성과금 지급이 너무 과도하다고 밝힌 이유다.

또한 이 조합원은 농협의 규모가 작을수록 특별성과금 지급이 농협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농협에서 관례적으로 지급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물론 규정에 따른 특별성과급 지급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이런저런 꼼수를 통해 기준을 무력화시키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지역농협 임금 규정에선 우수농협 선정 등 기준을 충족할 경우 특별성과금을 100% 이내에서 지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를 뜯어고쳐 400%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한 농협도 있다고 한다.

지역농협의 특별성과금 지급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농촌 현장에선 특별성과금은 물론 임금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또한 지역농협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역농협을 관리·감독해야 할 농협중앙회 역시 매년 국정감사 때면 어김없이 고액 연봉과 성과금 잔치 논란을 반복했다. 지역농협의 특별성과금 논란은 농민을 보듬어야 할 농협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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