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특위 ‘농정 틀 전환 방안’ 연구, 농식품부는 시큰둥

농특위, 중점연구용역 중간보고회 개최
예산구조·지역분권·가산형직불 등 내달 25일 최종 발표
농식품부, ‘예산확보 현실·전문성, 더 연구하라’ 주문

  • 입력 2020.01.19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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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정의 틀을 바꾸겠다’는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박진도, 농특위)가 연구용역을 통해 예산과 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나섰다. 연구용역 분야는 재정구조 개편·공익직불 확대·정책추진체계, 세 분야로 내달 25일 최종 발표가 예정돼 있다. 지난 13일 열린 중간보고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큰 틀에선 동의하지만 각론에선 사실상 동의하지 않아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농특위와 농식품부 간 이견이 자칫 농정전환 실현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지난 13일 종로에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농정틀 전환을 위한 ‘재정구조 개편 연구용역 중간보고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농특위 제공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지난 13일 종로에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농정틀 전환을 위한 ‘재정구조 개편 연구용역 중간보고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농특위 제공

 

농특위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소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중점연구용역 중간보고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연구용역을 맡고 있는 이명헌 인천대 교수가 ‘농정예산 구조개편’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명헌 교수는 현재의 농정구조가 지속가능성과 다기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농정프로그램 목표가 여전히 ‘산업 육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또 지나치게 많은 사업개수, 공모제 위주의 경쟁체제, 지방비 부담이 큰 농업 관련 사업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농업예산의 전략목표를 산업육성에서 공익성 제고로 개편하고, 예산 집행방식은 기준에 따른 보편적 지불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구조개편을 위한 과제로 △공익기여지불제 도입 △공익기여 정도 제고 △재정구조 전환과 규모 확대 △농정전달 및 거버넌스 체계 개편 등을 꼽았다.

중앙농정조직을 재편해 농업, 식량, 축산 등의 ‘작목’ 중심에서 안전, 지속가능, 다원적 기능 등 ‘기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분권에 따라 ‘광역단위 균형발전특별회계’가 도입돼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농정예산의 구조가 농업의 공익기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큰 틀에는 농식품부를 비롯해 농업계 모두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각론이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은 “농업예산의 효율적 구조개편은 의미 있는 주제다. 농업예산과 관련해 총괄과장을 7~8년 하면서 고민을 집중했던 사안인데, 이런 고민들이 실제 내년 예산편성할 때 가보면 공허할 때가 있다. 예산이 정치적 힘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커서, 결국 나한테 남는 목표는, 얼마나 더 예산을 확보하는가 그 하나만 남는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어 박 정책기획관은 현 정책방향이 정권이 바뀌었지만 변화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한다. 하지만 프로그램 구분이 애매하다. 양곡지원이라는 산업중심의 프로그램 안에 교육인력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세부내역의 구조를 좀 더 명확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공모제 중심의 농정추진체계 비판에 대해서도 “외부압박을 피하기 위해 공모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공모제 자체를 비판하기 보다 공모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정책기획관은 또 “직불성 예산이 18%라고 했지만 재해보험지원, 건강보험 등까지 직불성예산으로 본다면 보조상당치 예산은 30%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소득재분배가 미약하다는 지적은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할지 검토해 봐야 한다”면서 “우리부는 경제부처 중 소득재분배가 가장 큰 부처로 돼 있다”는 반론을 꺼냈다. 그리고 “불안정한 세입구조를 언제까지 갖고 갈 것인지, 세입예산 안정성에 대한 제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인중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도 같은 맥락으로 발언했다. 이명헌 교수에 대해 작업보완을 부탁했는데, 현재 시스템에서 왜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공익성을 강조해야 하는지 근거를 추가해 달라는 주문이다.

김 농촌정책국장은 중앙과 지방역할에 대해서도 “기본방향은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분석은 꼼꼼히 해야 한다”면서 “중앙정부의 업무와 예산이 지역으로 내려가면 갈수록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역농정의 거버넌스가 매우 중요한데 현재 상황이 어떤지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하려면 지자체를 평가하고 이관은 어디까지 할 것인지 바람직한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고 추가했다.

이날 농정예산 구조나 지방분권의 효율성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연구용역팀들은 이미 여러번 반복된 방향성 설명에 치중했고, 수십년 농정과 농업예산 전문성으로 무장한 농식품부 국장들은 방어와 공격을 하느라 ‘농정틀 전환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않았다.

가장 분명한 의견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현장이 최근 술렁이고 있다”면서 “공익형직불제 도입이 결정되면서 국민들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농민들이 생각하는 공익과 전문가들의 연구에는 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가장 큰 이유는 농민들과 협의하는 과정이 빠진 채 공익형직불이 얘기되고 농업의 공익성을 말하고 있어서다. 농민들은 농민수당 운동을 하면서 농촌에서 살고 농사짓는 지금 하는 일 자체가 공익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 회장은 “농정이 바뀌면 예산이 바뀌어야 하는데, 농민들의 대표적 불만은 하나다. 보조사업에 거품이 너무 많이 낀다는 것. 그걸 바꿔주는 게 농정예산 구조를 바꾸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다”고 체감적 과제를 강조했다.

이날 박진도 농특위원장은 “농정의 틀 전환이란 결국 예산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완성해야 한다”면서 “최소한 문재인정부에서 농업 전체 예산의 30%까지 직불예산으로 전환하고, 멀지 않은 장래에 50%까지 예산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다음 최종연구용역보고회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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