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삼십이립(三十而立)

  • 입력 2020.01.19 18:00
  • 기자명 강선희(경남 합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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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경남 합천)
강선희(경남 합천)

논어 위정편에서 공자는 사람의 나이 30세를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 했다. 이립(而立)에 대한 해설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나는 ‘마침내 배워 행한 바 자립한다’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를 좋아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올해 30세가 됐다. 다음(DAUM)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창립’이라고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온다.

전국농민회총연맹(全國農民會總聯盟:전농). 설립목적은 1990년 4월 24일, 전국 83개 군 농민회와 6개 도연맹이 모여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창립됐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신자유주의 농업부문의 무차별한 시장개방에 맞서 무분별한 농축산물 수입개방을 막고 식량 자급과 환경 보전을 위하여, 농가부채와 농업말살정책에 맞서 농민의 정치·경제·사회적 권리와 복지실현을 위하여, 다가오는 통일시대의 우리 민족의 자주적 경제 건설을 위하여 창립됐다. 해방 이후 최대의 농민단체였다(중략).

1990년 4월 24일 오전 건국대 강당에서 전농 창립대회가 열렸다. 83개 군 농민회가 참여했고 전국농민운동연합과 전국농민협회 등 농민운동단체도 해체됐다. 초대 회장은 권종대였다. 전농의 창립과 보조를 같이하여, 5년 후에 노동자 조직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1995년 11월)도 창립됐다(전농이 출범하던 1990년 4월 24일 건국대, 21살이었던 나는 그 때 그 역사적인 현장에 있었다. 혼자 생각해보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이렇게 출범한 전농은 현재 9개 도연맹과 100개 시·군 단위 농민회를 산하에 두고 있다. 또한 30세가 되는 동안 ‘투쟁하는 전농, 승리하는 전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많은 투쟁에서 좌절과 시련도 있었지만 승리하는 투쟁들을 해왔다. 전농이 걸어온 길이 곧 한국농민운동이 걸어온 길임을 어느 누구도 아니라 하지 못할 것이다. 전농은 그렇게 멋지게 30세가 됐다.

전농이 30세가 되는 2020년 1월 16일, 사단법인전국배추생산자협회가 출범했다. 정광훈 의장님의 고향인 해남에서 힘차게 그 깃발을 올린 것이다. 쌀협회 창립을 시작으로 자주적 농민 생산자조직이 2019년 유례없는 농산물 가격폭락 사태를 맞으며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와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 건설로 이어졌다.

지금 양파협회와 마늘협회는 ‘농민에게는 생산비 보장을,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농산물 가격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농식품부와 농협, 생산자인 농민이 함께 홍보와 교육 중심의 의무자조금회를 수급조절과 가격보장을 위한 생산자가 중심이 된 의무자조금회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2019년 11월과 12월에는 양파협회와 마늘협회 중앙간부들이 강사가 돼 의무자조금 담당 공무원과 농협 직원, 생산자들에게 농민이 만들어 가고자 하는 마늘·양파의무자조금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제주에서 태안까지 34개 주산지 시·군을 뛰어다녔다.

그리고 지난 7~9일 3일 동안 6개 광역도에서 마늘·양파의무자조금은 읍면 담당 공무원과 농협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었고 양파협회 남종우 회장과 마늘협회 김창수 회장이 인사말과 함께 또다시 농민이 만들어 가고자하는 마늘·양파의무자조금에 대해 힘차게 이야기했다. 지난 10일부터는 충남 태안을 시작으로 전국 127개 읍면에서 양파·마늘 생산 농민을 대상으로 의무자조금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마늘협회와 양파협회는 읍면설명회 시·군강사단 교육을 지난 11일 전북 장수 한국농업연수원에서 진행했다. 생산자가 강사가 돼 현장농민의 질문에 답하고 함께 꾸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대장정을 시작한 것이다.

이제 만 한 살이 되는 마늘협회와 양파협회가 뛸 수는 없다. 이제 걸음마를 준비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떼는 연습을 하고 있다. 넘어지기도 하고 무릎이 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농민이 행정 들러리만 서다가 끝날 것이라는 걱정과 힘내라는 응원이 함께 나오고 있다. 두 협회 임원들은 매일매일 살얼음 위를 걷는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두 협회의 앞에는 이 길을 30년째 걸어가고 있는 든든한 자주적 농민운동의 맏형 전농이 있다.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전인미답의 길이 아님을 안다. 이미 전농이 길을 내면서 앞서 걸어가고 있는 길임을 알고 있다. 30년 후 품목별 생산자조직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이립(而立), 마침내 배워 행한 바 자립했다는 스스로의 평가를 하리라 믿으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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