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목적’ 협동조합에서 ‘노동 참여’ 협동조합으로

2019 한살림 생명·협동연구 발표회 열려

  • 입력 2020.01.19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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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한살림재단(이사장 곽금순) 주최로 지난 10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2019 한살림 생명·협동연구 발표회’가 열렸다(사진). 이번 발표회는 한국 생협운동의 오늘을 진단하면서 새 발전방향을 모색하자는 의도로 열렸다.

하승우 이후연구소장은 변화하는 한국사회 내의 협동조합운동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하 소장은 지금 한국사회가 △저성장 경제 지속 △신뢰 상실과 사회해체 위기 △기후변화와 농업 위기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장시간 불안노동과 위험노동의 외주화 등의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하며 “그 과정에서 소비자생협운동은 친환경 유통시장의 상업화, 협동조합 내 노동문제 등을 겪게 되며, 매출액 이외의 생협운동 목적이 부각되지 못하는 상황”이라 분석했다.

하 소장은 이어 “생협의 추진 사업 중 안전한 먹거리와 치유, 힐링, 돌봄 관련 사업은 이들 조합원의 욕구와 일치할 수 있지만, 대안적인 노동모델과 성찰,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 생태계 발전 등의 내용은 조합원 욕구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신양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장은 프랑스의 생협 비오쿱(Biocoop)이 어떻게 활로를 열어가는지 발표했다. 비오쿱은 전국 규모의 거대조직이지만 권력은 중앙집권화되지 않고 각 매장에 독립성을 부여한다. 물류 체계는 4개 권역으로 분산했고 지역물품도 자유롭게 취급할 수 있어, 지역화와 중앙화의 균형을 이룬다는 게 김 회장의 분석이었다. 특히 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탈핵의 정신을 지키는 점, 유기농산물을 안전식품으로만 여기지 않고 유기농업 발전을 위해 계절성을 지키는 등의 ‘신념 준수’가 고객 신뢰를 확보하는 요인이라 밝혔다.

비오쿱 고객들은 조합원이 아니지만 비오쿱의 철저한 유기농 정책, 에너지전환 정책에 신뢰를 갖고 있기에 비오쿱 이용을 ‘정치적 선택’으로 여기며 이용한다. 그 과정에서 충성심 강한 고객이 확보된다. 또한 비오쿱은 노동자를 본사의 조합원으로 두며 노동의 이해를 적용할 뿐 아니라, 좋은 직장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실현한다. 비오쿱 직원의 95%가 정규직이며, 비오쿱 단체협약을 통해 각 부문의 통상 임금 수준을 상회하는 임금을 유지토록 강력히 권고한다.

김 회장은 프랑스의 또 다른 소비자협동조합인 라 루브(La Louve) 사례도 들었다. 라 루브는 자신들의 목적과 운영방식에 동의하는 사람만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데, 조합원들은 4주일에 한 번 3시간씩의 노동을 제공한다. 연간 총 13회의 노동을 제공하면서 농축산물을 공급받는다. 야채와 과일, 고기 및 치즈 등은 전부 유기농산물이다. 라 루브는 일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임금노동자의 자율성 보장이 중요하다는 원칙하에 운영된다.

김 회장은 해당 사례들을 언급하며 “협동조합을 통해 조합원의 이용과 참여가 활발해 질 수 있는 새로운 협동구조를 기획함과 함께, ‘나의 이용’ 목적의 협동조합에서 ‘나의 노동 참여’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으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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