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손 잡고 도시를 되돌아보다

[인터뷰]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 입력 2020.01.1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민들이 있는 곳에 언제나 그가 있다. 크고 작은 회의나 집회로 농민들이 상경할 때마다 그가 달려가고, 농민들이 오지 않을땐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찾아가 농민들의 이야기를 청한다. 농업의 가치와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마음이 어느새 그를 통해 도시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지 겨우 1년 남짓만에 농민들의 대화창구로, 민원해결사로, 도시와 농촌 사이의 연결고리로 단단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백혜숙씨를 만났다.
권순창 기자·사진 한우준 기자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아직 생소해 할 농민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원래는 농대를 졸업했다. 일찍 결혼해 아이 낳고 맞벌이하면서 육아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해보려고 유아교육을 공부하고, 사회적 문제를 지속가능하게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공부해서 농업·유아교육·사회적경제 3박자를 갖추게 됐다.

도시 아이들의 정서 문제를 고민하다가 도시의 환경과 생활 문제까지 풀 수 있는 방안이 도시농업이라 생각하고 도시농업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이후 2016·2017년 서울도시농업박람회 총감독과 2017년 서울시먹거리시민위원회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도농교류와 지역상생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융복합적 생각으로 큰 틀에서 농업과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락시장 관리공사)에 지원했고, 현재 친환경 전문위원으로 2년차 재직 중이다.


농민들과의 접점을 넓히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년여 동안 악착같이 농민들을 찾아다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친환경·유기농·자원순환과 공공급식을 중심으로 농민들을 만나고 공부했는데 가락시장에 와서 보니 내가 알던 건 전체의 5%에 불과했다. 접하지 못했던 농민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겠다 생각했다. 특히 생산자·소비자의 이익보호를 위한 도매시장인데도 그 안에 생산자가 없다. 사익 추구로 흘러가는 공영도매시장의 어긋난 구조는 생산자가 자꾸 들여다봐야만 바뀔 수 있다. 농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 제대로 듣고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농민들에게 너무 정보 전달이 안되고 있었다. 많은 농민들이 ‘가락시장에서 우리와 이야기 나누러 내려온 사람은 처음’이라고 해서 놀랐고, 경매와 정가·수의매매의 차이점이나 시장도매인제를 모르고 있어 더욱 놀랐다. 현장 소통과 정보 전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가락시장 운영에 농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가락시장 품목별 생산자협의회’를 지원하고, 단체가 아닌 지역별 농민 소통창구 ‘지역상생포럼’ 준비에 열성을 쏟고 있다.


가는 곳마다 농민들의 격한 환영을 받고 있다. 단기간에 농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인상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웃음). 인사 잘 하고 잘 웃고 잘 듣고, 들었으면 책임감 때문에 어떻게든 애로사항을 해결해 드리려 노력하는데 그게 소문이 좋게 난 것 같다. 방문한 지역은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정보를 드리며 항상 소통하고 있다.


우리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근본적인 문제는 도농 간 소득격차다. 개방정책으로 한 쪽을 위해 한 쪽을 희생했다면 이를 인정하고 대책을 세워 격차가 없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지금 도농 소득격차가 60%까지 나고 있다. 공익형직불제·농민수당 등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도 좋지만 내가 만나본 농민들은 맘 놓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는 판로와 가격안정 정책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론 이를 위한 유통혁신이 내 사명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공사 전문위원으로선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더 큰 틀에서 얘기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분들이 내 얘기를 들어주시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이상적인 관계는 뭘까.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농업이 없는 나라, 농촌이 없는 도시, 농민이 없는 국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도시와 농촌의 이상적인 관계는 도시는 도시답게, 농촌은 농촌답게 나란히 문화적으로 성숙하고, 도시민은 농민의 생활을 책임지고 농민은 도시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농민·도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농민들에게 유엔 농민권리선언을 알려드리고 싶다. 외국인노동자들을 포함해 농민들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다. 도시민들에겐 역시 모두의 권리인 먹거리 기본권을 주장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또, 헌법에 농업의 가치를 담는 ‘농업가치헌법’을 위해 농민과 도시민 모두 함께 하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