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악된 양곡관리법, 농민 권리침해 심각

  • 입력 2020.01.19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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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10월 30일 박완주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은 농민들의 경작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어 이에 대한 농민단체의 강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법안심사소위에서 단 한 차례만 논의된 내용을 반영해 위원회 대안으로 의결됐다. 농민들이 우려했던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서 통과된 양곡관리법은 농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박완주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은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도 없이 바로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대안에는 5개의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이 반영됐는데 5건 중 2건이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어려운 한자어, 부자연스러운 일본식 용어 등을 보다 쉬운 표현으로 개정한 김태흠 의원 대표발의안이 하나이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박완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률안이다.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개정안은 특별히 다른 의견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박완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농민들의 거센 항의로 이미 한 번 철회됐던 법안의 내용을 담고 있어 면밀한 검토가 요구되는 사항이었다.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법안심사소위에서 국회의원들이 법안 개정의 타당성, 필요성 등을 논의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민감한 개정내용을 담고 있는 법률안에 대해 면밀한 검토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을 논의했다는 것은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개정된 양곡관리법에 따라 앞으로 양곡의 가격안정을 위해 수급안정대책을 수립하게 되는데 쌀의 경우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협의를 거치게 돼 있다. 산지쌀값이 하락세에 있을 때 선제적인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에서 그 결정권을 가진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라는 이중 장벽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쌀 가격안정을 도모해서 농민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것보다 예산이 얼마나 드는지를 먼저 따져보겠다는 말과 같다.

이번에 신설된 제16조의2에는 농민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직불금을 받고자 하는 농민에게 정부가 쌀 재배면적 조정을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내 땅에서 내가 농사를 마음대로 지을 수 없다는 것으로 정부가 주는 직불금을 받고 싶으면 정부의 요구에 순순히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심각한 권리침해 조항이다.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다.

지금까지 쌀값이 폭락했을 때 그나마 농민들의 숨을 쉬게 해주던 변동직불제도 사라진다. 정부가 법을 어기며 미뤄왔던 2018년산과 2019년산 변동직불금을 마지막으로 농민들이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가격안정장치는 없어져 버린다. 목표가격과 가격안정장치가 사라진 쌀 재배농민에게 정부는 직불금을 담보로 위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농식품부 정책 추진방향은 ‘사람 중심 농정개혁’이었다. 하지만 이번 양곡관리법 개악으로 농정의 기본 축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이라도 소통과 협력을 원한다면 양곡관리법 독소조항을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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