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90] 농민의 힘으로

  • 입력 2020.01.19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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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지난해 10월 8일부터 15일까지 강원도 농민단체 대표들과 청년농민들을 모시고 유럽연수를 다녀온 적 있다. 주로 스위스·오스트리아의 농민연합과 농업회의소를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부러웠던 것은 농민연합이나 농업회의소 소속 농민들의 의회진출이 활발할 뿐만 아니라, 이들 현역 의원들이 농민단체나 농업회의소의 임원으로도 동시에 활동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사실 개인적으로 정치를 잘 모른다. 그러나 농업문제를 공부하고 고민하다보면 농업·농촌·농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국회의원이 한 명이라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농업·농촌·농민 문제는 이론과 연구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농촌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이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농민출신 의원이 없지 않지만, 농촌현장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농민의 아픔을 가슴으로 공감하며 의정활동을 한 의원은 한두 명에 불과할 뿐인 것 같다. 환언하면 출생은 농민 또는 농업계 인사였으나 의원생활이 끝났을 때 농민으로 다시 돌아온 경우는 한두 건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농민출신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은 물론이고 임기가 끝나면 다시 농민으로 돌아오는 그런 의원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의원을 영원히 하는 것은 아니니 언제든 끝나면 다시 농민이 될 분과, 다시는 농민이 되지 않을 사람과는 뭔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15 총선이 목전에 왔다. 정치꾼이 아니라 진정한 농민출신 의원이 많이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국회에 진출하려면 소속 당의 공천을 받아 지역에서 출마하거나 소속 당 비례대표에 출마해 당선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농민의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거대 정당들의 후보자처럼 인적 동원력과 자금력을 확보하기란 군소정당 후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더군다나 농민출신으로서 지역구 의원이나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기란 현실적으로 힘겨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농민들이 단결해 지역구에 출마한 농민이나 비례대표에 출마한 농민들을 적극 지지해 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진정한 농민출신 후보라면 그가 소속된 정당과는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소속 정당이 비록 다를지라도 농민으로서 농민을 위하는 후보라면 농민인 우리가 밀어주지 않으면 누가 밀어줄 것인지를 생각해야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는 보수든 진보든 집권한 세력이 농업·농촌·농민 문제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직접 목도했다. 따라서 기존의 집권세력에 농업·농촌·농민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보다 우리 시대의 농업·농촌·농민 문제의 시급함과 답답함을 풀어 줄 수 있는 젊고 참신한 다수의 현장 농민이 직접 다양한 방법으로 국회에 진출하는 길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현장의 농민들이 똘똘 뭉쳐 지역에서 출마한 농민후보자들을 지지해줌은 물론, 비례대표에 출마한 농민을 위해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에 참여해 농민후보자가 높은 순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특별히 진보 성향의 정당이라면 진보정당의 정체성에 맞게 농민·노동자·장애인 등을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에 전략배치 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싶다. 우리시대 농업·농촌·농민 문제의 엄중함을 고려할 때 그것이야 말로 진보정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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