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왕골 농가들, 화문석 전통 계승에 자부심

가격 상승에 농가소득도 쏠쏠 … 왕골 재배 농가 지원 현실화해야

  • 입력 2020.01.19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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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해 8월 강화도 송해면 당산리 왕골 재배 농가들이 수확기 품앗이에 나선 가운데 갓 수확한 왕골을 쪼개고 있다. 고미경 강화도 화문석 테마마을 사무장 제공
지난해 8월 강화도 송해면 당산리 왕골 재배 농가들이 수확기 품앗이에 나선 가운데 갓 수확한 왕골을 쪼개고 있다. 고미경 강화도 화문석 테마마을 사무장 제공

경기 인천의 강화도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화문석이다.

화문석의 한자는 꽃 화(花), 무늬 문(紋), 자리 석(席)으로 왕골(완초)을 이용해 꽃무늬 등을 넣어 손으로 직접 짠 돗자리다.

강화도 화문석이 유명한 이유는 고려시대 왕실 진상품으로 알려져 있어서다. 1980년대엔 강화도에 화문석 장이 들어설 정도로 수요도 많고 생산량도 많았다. 집집마다 왕골을 직접 재배하고 화문석을 짜던 시절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농가의 주요 부업으로 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값싼 중국산 수입 돗자리가 범람하며 수요가 줄자 생산 농가와 생산량도 급격히 줄었다.

현재는 화문석 테마마을로 조성된 당산리 일대 15농가 정도를 중심으로 그 명맥을 잇고 있다는 게 강화군이 지정한 완초공예 명장이자 강화도 화문석 테마마을 사무장을 맡고 있는 고미경(58)씨 설명이다.

실제로 강화군에 의하면 강화도에선 지난해 기준 총 35농가(1만7,753㎡, 5,370평)가 왕골 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 13일 강화도 왕골 농가의 현재를 확인하고자 그를 만났다.

그에 의하면 강화도 왕골 농가들에게 한겨울인 지금은 새벽부터 늦게까지 화문석을 짜느라 분주한 시기다. 계절에 상관없이 화문석을 짜지만 농사일이 거의 없는 농한기가 적기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궁금한 건 왕골 농사다.

왕골은 보통 5월 20~31일 사이에 모종을 심는다고 한다. 예전엔 노지에 심었지만 비를 많이 맞으면 뻘겋게 피가 생기거나 왕골 질이 안 좋아져 이젠 대부분이 하우스에서 짓는다. 규모는 당산리 농가의 경우 평균 100평 내외다. 심고 나선 왕골이 자랄 수 있도록 물이 안 마르게 하고, 왕골이 어느 정도 자라면 적당히 뻣뻣해지도록 물을 말린다. 주의할 점은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게 긴 말뚝을 박아 줄을 이어 고정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 여름, 두 달(60일) 가량을 키우면 30㎝ 간격으로 심은 왕골들이 2m까지 자라며 빽빽해진다. 수확기에 접어든 것으로 수확이 빠르면 연하고 늦으면 뻣뻣해질 수 있어 시기를 꼭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수확할 땐 왕골 윗부분에 펼쳐진 꽃잎을 잡고 대를 뽑으면 쑥 나온다고 한다. 수확 이후 삼각형 모양인 왕골의 대는 그 특성을 살려 쪼개기를 한다. 이후 한 묶음씩 잘 묶어 거꾸로 널어 건조를 하면 드디어 화문석의 재료가 완성되는 것이다.

화문석을 짤 땐 왕골의 안쪽에 솜조직이 있는데 이 부분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광택이 있는 부분이 겉으로 드러나게 잘 엮어줘야 한다. 손끝이 야무져야 한다는 게 고 사무장의 설명이다.

왕골 농가들에겐 전통을 잇는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지속성을 위해선 소득도 중요하다. 당산리의 경우 농가마다 화문석으로 가공할 만큼만 농사를 짓고 남은 생산량은 가공만 하는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 하지만 품앗이로 수확이 이뤄지다 보니 팔기 위해 생산량을 늘릴 경우 눈치가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서로가 얼마나 팔았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다만 고 사무장의 경우 지난해 15kg 한 묶음을 55만원에 팔았다고 한다. 판매량이 많지 않아도 가격은 좋은 편이다.

또한 화문석은 수공예품이다 보니 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화문석의 가치가 재평가되며 다시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중간상인들이 농가로부터 화문석을 받기 위해 경쟁하면서 가격이 상승 중이다. 이렇다보니 농가들도 화문석 가공에 더욱 열심이다. 고 사무장은 “정확한 금액은 말하기 어렵지만 농가 소득에 큰 보탬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왕골 농사를 잘 지어서 화문석의 명맥을 잇고, 후진 양성에도 힘쓸 수 있도록 지자체 지원이 많이 늘었으면 한다는 게 당산리 왕골 재배 농가들의 새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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