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수당’ 막아선 충남 당진시, '도입 촉구' 농민들과 마찰 빚어

예산 부족·중복지급 우려에 농민들 "농업예산 조정으로 시행 가능"

  • 입력 2020.01.15 20:19
  • 수정 2020.01.15 21:21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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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4일 당진시청 정문에 시청 공무차량과 농민들의 농기계 및 트럭이 얽혀있는 가운데 농민들이 출입문을 봉쇄한 시청 측에 항의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달고 있다.
지난 14일 당진시청 정문에 시청 공무차량과 농민들의 농기계 및 트럭이 얽혀있는 가운데 농민들이 출입문을 봉쇄한 시청 측에 항의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달고 있다.

상황은 지난 11일 시작됐다. 충청남도 당진시 농민수당추진위원회(위원장 김희봉, 추진위)는 이날 농민수당 도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뒤 트럭 40여대에 나눠 실은 곤포사일리지를 시청 부지 내 농성장 근처 주차장에 적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당진시청은 농업용 트럭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공무 차량으로 청사 진입로를 막아버렸다

지난해 추진위는 충청남도와 별개로 당진시의 독자적인 농민수당제 도입을 위해 주민청구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쳤다. 그 해 8월부터 서명운동을 시작한 추진위는 최소 유효 서명인수 4,546명의 두 배에 이르는 9,285명의 청구인 서명과 함께 당진시 농민수당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시로 넘겼다. 이에 지난 7일 당진시 조례·규칙심의회가 심의를 마쳐 시의회 발의 절차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입장을 달리하고 있던 추진위와 시가 직접적으로 충돌한 것이다.

당진시는 사일리지 및 차량 하중으로 인한 안전상의 이유를 들었다. 이에 농민들은 트럭과 트랙터, 콤바인 등 농기계를 공무차량과 대치시키며 맞불을 놓아 시청으로 어떤 차량도 드나들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각 출입문에 공무원을 배치시킨 당진시 측은 필요한 경우 유일하게 농기계가 배치되지 않은 당진시의회 방면 출입로에서만 공무차량을 움직여 제한적으로 통행을 허용했다가, 14일 오후 일부 사일리지를 시청 앞에 내려놓는 것으로 농민들과 합의해 6일 간의 대치는 끝냈지만 농민수당과 관련해 합의된 사항은 아무 것도 없었다.

추진위는 청구서명을 통해 지역의 농민수당 도입 열망이 확인됐음에도 당진시가 농민수당 도입에 소극적이며 또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농민수당 뿐만 아니라 대호간척지 경작권 문제 등 지역 내 농업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당진시와 마찰을 빚은 추진위는 결국 지난해 129일 청사 앞에 농성장을 차렸고, 지난 9일 집회 또한 그 연장선 위에 있었다.

지난 조례·규칙 심의에서 소관부서인 당진시 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는 의견서를 통해 지방자치법에 따른 조례 청구요건에 적합하며,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입법한 것으로 주민발의 조례제정 청구가 가능한 사항이라 밝히면서도 자체 재원으로는 시의 재정여건 상 어려운 입장으로 지원대상, 금액의 조정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추진위의 주장대로 관내 농민 27,000여명에게 연간 240만원을 지급할 경우 약 653억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시는 당진시 한해 농업예산 7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또 먼저 조례가 확정된 전북·전남 등과 같이 연 60만원 수준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충남 농민수당과의 중복지급으로 인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에 추진위는 매해 책정되는 가용 예산을 활용하고 불필요한 농업정책을 대폭 축소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중복지급 문제 또한 다른 형태의 사업으로 시도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김홍장 당진시장과 추진위는 9일 이후 세 차례 면담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손인식 당진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충남도 농민수당 조례를 청구할 때도 전체 36,000여명 서명 가운데 1/3을 당진 농민들이 담당했을 정도로 지역의 높은 열기가 증명된 상황이라며 실질적으로 농민에게 돌아가는 농정의 혜택이 계속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수당으로라도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당진시청 청사 앞 농민 농성장에서 당진시여성농민회(회장 한윤숙) 소속 여성농민들이 항의 현수막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 14일 당진시청 청사 앞 농민 농성장에서 당진시여성농민회(회장 한윤숙) 소속 여성농민들이 항의 현수막을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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