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성농민에게 박수를

  • 입력 2020.01.12 18:00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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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언젠가 유난히 일이 고되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간 적이 있다. 다음날도 새벽에 집을 나서야 해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혼자가 아닌 남편이나 아이가 있는 상황이라면? 지쳐있는 상황에서 아이가 칭얼대거나 집안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진저리를 치며 상상을 중단했다.

머지않아 상상을 현실에서 마주하게 됐다. 여성농민의 일상을 취재하며 매우 비슷한 상황을 곁에서 보게 된 것이다. 취재차 만난 ㄱ씨는 농민이자 세 아이의 엄마다. 그녀의 하루는 동이 트기도 전에 시작돼 축사관리·사료급여·밭농사·남편배웅·아이들 등교준비·봉사활동·가공 등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흘러간다.

밖에서 농사일을 비롯한 하루 일과가 끝나고 귀가를 하면 여성농민에게는 엄마·아내 혹은 며느리라는 타이틀이 주어진다. 여성농민은 육아, 가사 그리고 농업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놓을 수 없다. 내겐 상상만으로도 버거운 일이 여성농민에겐 하루 일상인 것이다.

여성농민 구점숙 씨는 지난해 11월 출간된『우리는 아직 철기시대에 산다』라는 책을 통해 여성농민의 삶을 조명했다. 책을 읽으며 남성농민의 농사일만큼 여성농민의 농사일에 대해서도 가치가 인정되고 주목받아야 한다고 느꼈다. 농촌을 떠올리면 농기계를 타는 남성농민, 밭에서 호미질을 하는 여성농민이 그려진다. 하지만 농업·농촌에 기여하는 농민들은 주로 남성들로 여겨진다. 농기계 뒤에서 허리를 굽혀가며 밭농사를 짓고 집에선 육아와 가사를 해내야 하는 여성농민의 삶과 불편함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져왔는지 나부터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여성농민의 권리 신장을 위해 정부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난해 농촌여성정책팀을 신설했으며 여성농민 특화 건강검진과 공동경영주등록 등 여성농민을 위한 사업 추진의 움직임을 보인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다가온다. 마음을 표현하기 좋은 기회다. 여성농민과 명절음식을 나눠먹고 일손을 나누며,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은 인사를 나누면 더욱 풍성한 명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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