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감귤 가격 지지, 소비자와의 소통 필요

  • 입력 2020.01.12 18:00
  • 기자명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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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감귤 당도는 회복됐다. 반면, 도매시장 감귤 가격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감귤 평균가격은 5kg 1상자 당 6,243원으로, 전월대비 3.1% 하락하고, 전년 동월대비 23.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17일 감귤 가격이 5,600원/5kg으로 하락하자, 제주특별자치도는 12월 19일 ‘상품’과인 2L규격의 가공용 수매와 추가 시장격리 사업을 발표했다.

설 명절까지 2L과 가공용 수매 2만톤 60억원, 농장격리 3만톤 54억원, 총 5만톤을 시장격리하고 사업비 114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덕분인지, 올해 감귤 생산량은 전년대비 7%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2월 출하량은 총 7만491톤으로 전년 동월대비 12.3% 감소했다.

감귤 당도 회복에도 불구하고, 가격 회복은 왜 더딜까?

소비부진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출하 초기 극조생 감귤 품질 관리 실패로 소비자들에게 올해 감귤이 달지 않다는 선입견을 갖게 했다.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측정 결과, 감귤 당도는 10월 15일 기준 8.2브릭스였다. 9월 계속된 비 날씨와 태풍으로 출하초기 감귤 당도는 전년보다 낮았다. 10월 중순 이후 일조량 증가로 감귤 당도는 11월 30일 기준 10.2브릭스로 상승했다. 성출하기 당도는 전년 동기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당도 상승에도 불구하고 극조생 감귤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12월에도 재구매를 망설이는 것으로 보인다.

한번 형성된 소비자의 선입견이 깨지긴 쉽지 않다. 그럼 이생망인가? 올해 감귤은 망했다고 포기해야 하나? 늦게라도 소비자와 소통을 해보는 게 좋겠다. 지난해 12월 24일 JTBC뉴스 보도 사례를 소개해본다.

기자가 시장격리를 위해 따자마자 버려진 감귤의 당도를 측정해보니, 12.2 브릭스가 나왔다. 높은 수준이다. 없어서 못 판다는 불로초 당도 기준이 12.5 브릭스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당도임에 틀림없다.

그 보도 후에 올해 감귤 당도가 낮다는 것에 대한 반론 근거가 생겼고, 개인적으로는 감귤 하나라도 더 먹게 됐다.

지난날 제주 감귤의 강제착색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극조생 푸른 귤 출하가 보편화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소비자에 대한 홍보, 더 나아가 소통이 필요하다.

한편, 감귤 가격이 회복되지 않아 산지에선 감귤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 감귤을 나무에 매단 채로, 창고에 쌓아둔 채로 가격이 괜찮아질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 출하해봐야 수확 인건비도 안 나올 테니 나무에 매달아 둔다.

상인에게 포전매매한 밭의 경우 수확이 2월까지 지연되면, 나무가 상할까 농민들은 속이 탄다.

창고에 쌓인 감귤을 지인들에게 주려하지만 가격이 낮을 땐 이마저도 쉽지 않다. 며칠 전 만난 농민은 “군대 가 있는 아들에게 감귤을 보내 주자해도 밀려드는 감귤에 치인다고 안 받는단다. 창고의 감귤을 보다 못해 오늘 폐기했다”는 말과 한숨을 내뱉었다. 나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2월까지 출하 기회를 얻지 못하면, 감귤은 폐기물로 전락한다. 사람 입으로 들어가지 못한 감귤은 땅으로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대개 밭에 버려지거나 인근 공유지에 버려진다. 봄철 기온이 올라가면 감귤 썩는 냄새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농민들은 병해충 방제한다고 농약을 한 번이라도 더 뿌려야 할 것이다.

폐기물로 몸살을 앓는 제주 환경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설 명절에는 감귤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명절에 모인 가족들이 이야기 나누며 감귤을 먹고, 먹어본 감귤이 생각보다 맛있네 하게 될 것이다. 함박눈이라도 내리면, 따뜻한 방에서 베란다의 시원한 감귤을 꺼내다 한 바구니 먹고 두 바구니 먹으면서, 계속 먹게 될 것이다.

손이 노랗게 될 때까지 감귤 까먹었단 소식을 많이 들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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