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변명 그만하고 유족 만나라

  • 입력 2020.01.12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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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원 기수는 지난해 11월 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2015년에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음에도 한국마사회가 마사대부로 발탁하지 않아 조교사로 일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조교사의 부당지시와 부정경마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겼다.

마사회는 문중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내놓은 첫 입장부터 “조교사는 마사회와 고용관계에 있지 않다”며 진실을 가리는데 급급했다. 마방 배정이 사실상 조교사 채용인 현실을 간단한 입장설명으로 가릴 수 있다고 여겼다는 것부터 사태인식의 안이함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문중원 기수가 사망한 지 벌써 40여일이 넘었는데도 마사회가 유족과 만나지 않고 있는 건 그 어떤 변명으로도 납득이 안 되는 행태다. 그러면서 언론에 배포하는 입장설명에만 고인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위선을 부리고 있다. 마사회는 거짓과 위선에 더해 ‘갑질’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마사회가 명령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약자인 기수들이 경마제도 개선안에 동의했다며, 사태를 무마하려고만 하고 있다.

경마는 기수가 말에 기승해 경주를 해야 성립된다. 그런데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따르면 말을 탈 기회가 거의 없는 기수는 최저임금을 밑도는 수입만 받고 있다고 한다. 반면, 마사회는 직원 평균 연봉이 9,200만원으로 국내 공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마사회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D등급을 받고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데 기수들은 생계가 불안한 처지인 것이다.

마사회는 경마의 질을 높이려면 경쟁을 부추겨야 한다며 이를 ‘선진경마’라고 일컫고 있다. 정작 마사회는 한국마사회법에 의해 경마 시행과 말산업 육성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자신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정작 막대한 매출을 안겨주는 기수들은 ‘죽음의 경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사회의 변명은 공허하다. 올해로 말산업육성법이 제정된 지 햇수로 10년째다. 그동안 마사회는 무엇을 했나? 경마는 사행산업의 대표로 사설도박이 판치는 불법의 온상으로 지탄받고 있다. 여기에 기수와 말 관리사의 죽음이 잇따르며 ‘죽음의 경주’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국민신뢰경영을 하겠다는 약속은 어디가고 국민들이 말산업을 오해하고 있다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더구나 마사회는 법을 개정해 온라인 마권발매가 허용되는 데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죽음의 경주’란 비판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수익 증대에 혈안이 된 것이다. 문중원 기수의 죽음이 해결되지 않고선 온라인 마권발매는 어불성설이다. 마사회는 이제라도 유족과 공공운수노조를 만나 진정어린 사과를 하고 교섭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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