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2020년엔 고생 끝, 행복 시작!
[농민칼럼] 2020년엔 고생 끝, 행복 시작!
  • 한영미(강원 횡성)
  • 승인 2020.01.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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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미(강원 횡성)
한영미(강원 횡성)

2019년 마지막 날에 2020년 새해 첫 언니네텃밭 꾸러미를 보냈다. 설이 1월에 들어있어 배송주기를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됐다. 1년 열두 달 매주 쉬지 않고 비슷한 패턴으로 꾸러미 작업을 하다 보니 세월이 흐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해가 바뀐 터라 정신없는데 이번 꾸러미는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받게 될 첫 꾸러미라 신경이 더 많이 쓰였다. 새해니까 만두도 빚고 떡국떡도 보냈다. 두부 하고 김치 썰고 만두 속을 빚는 데 하루 이상 걸리는 힘든 일을 언니네텃밭 장터회원으로 있는 김경화의 도움을 받아서 꾸러미에 넣을 수 있었다.

이렇게 주변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2009년 첫 꾸러미를 보낸 이후 10년을 한결같이 공동체 언니들과 동고동락하며 살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 2019년 12월 31일에 횡성언니네텃밭은 큰 상을 두 개나 받았다. 사회적농업활성화지원사업을 한 공로로 김은숙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고, 횡성읍 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는 김미연은 베트남에서 시집 와 농촌에 잘 적응하고 다른 이주여성들의 멘토 역할을 한 공로로 도지사상을 받았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였는데 상은 두 명이 대표로 받았지만 횡성언니네텃밭이 관에서 주는 상은 처음 받는 거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먹거리공동체 언니네텃밭 사업을 처음 시작한 곳이 횡성인데 왜 이제야 받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치면서 언니들이 고생한 일이 떠올라 마음이 울컥해진다. 고생 끝에 복이 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손목이 부러지면 깁스를 하고 나와 손을 거들고, 일하다가 낫으로 피부이식수술을 받을 정도로 다쳐도 새살이 나오고 재활치료를 하면서 언제 다쳤냐는 듯이 작업장으로 나와 일하는 언니들을 보며 언니들을 움직이는 공동체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나 하나 빠지면 다 힘들어지니까 내 몸이 조금 힘들어도 맘이 편한 것이 제일이라고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가는 언니들에게도 그냥 안 되는 일이 있다. 올핸 특히 가족 중에 아프신 분들이 많았다. 아픈 가족들을 병수발하면서 울음을 참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힘들었다. 큰 병이 들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남편을 돌보느라 꾸러미 농사는 짓지도 못하고 몇 달 동안 작업장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낸 언니들이 지금은 웃으며 작업을 하신다. 언니들의 정성이 닿아서인지 아저씨들이 모두 건강을 되찾고 계시다. 물론 재활치료도 꾸준히 받아야 하고, 항암치료도 계속 받아야 하지만 웃으며 일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감사하다는 말을 자꾸 하게 된다.

가족들이 아프면 어쩔 수 없이 함께 일을 하지 못했지만 정작 본인들은 팔에 금이 가고 부러지는 일이 있어도 깁스를 하고 꾸러미작업을 하러 나오셨던 언니들 덕분에 1년을 살아내지 않았나 싶다. 이런 와중에도 소비자체험을 부지기수로 받아 진행했었다. 체험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도 아닌데 토종을 지키고 전통농업으로 농사짓는 꾸러미공동체를 만나고자 하는 분들이 오면 기쁘게 맞이하고 힘들다 하면서도 나름 신나게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돌아보니 부녀회가 맡아서 진행한 농번기 마을공동급식에도 나가 여성농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동참하기도 하고, 토종배추를 심고 가꾸어서 서울환경운동연합과 600kg 이상의 김치를 담가 저소득층 가정에 나눔을 했던 일, 사회적농업활성화지원사업으로 숙원이었던 화장실을 지은 일 등 떠오르는 일들이 많다.

2019년 마지막 날 큰 상을 받으신 언니들의 얼굴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다사다난했지만 잘 버텨내면서 서로의 삶을 챙겨준 우리 언니들이 너무 멋지다. 2020년에는 고생 끝, 계속되는 행복 시작! 언니들의 삶이 반짝반짝 윤이 나는 2020년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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