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당사자와 대화부터 하라

마사회 경마제도 개선안, ‘일방적 미봉책’ 반발 부딪혀
부경기수협회 “공식 간담회 없었고 동의한 적도 없다”

  • 입력 2020.01.05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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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의 경마제도 개선 합의안에 고 문중원 기수 유가족과 노동조합 등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마사회가 유족 및 노조와의 직접 대화부터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해 12월 26일 경기 과천시 기수협회회관에서 한국경마기수협회(회장 신형철)와 함께 경쟁성 완화와 기수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고 문중원 기수의 사망을 계기로 경쟁력 확대에 따른 부작용에 관한 경마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며 이날 합의한 경마제도 개선안을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전했다.

주요 합의 내용은 △승자독식 경마상금 편중현상 완화 △상위권 기수 기승횟수 제한 △기승 기회 균등화 △조교사 개업 심사 객관성 및 투명성 강화 등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으로는 외부 마사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외마사 제도란 조교사 면허를 획득한 뒤 외부마사를 확보해 개업을 희망해도 경주출전을 허용하는 제도다.

신형철 경마기수협회장은 “이번 마사회의 제도개선은 경쟁성을 축소하고 경주마관계자의 소득 안정성에 방점을 둔 것 같다”면서 “기수협회도 본업으로 돌아가 최고의 경주로 보답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김낙순 마사회장은 “고 문중원 기수 사망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경마불공정 의혹엔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진상을 밝히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책임자와 관련자를 엄정히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마사회의 개선안은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위원장 최준식)은 같은날 반박성명을 내고 마사회가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조교사로부터 경주 출전기회를 받지 못한 기수는 여전히 경주에서 배제된다”라며 “상금제도를 손본다면 ‘렛츠런파크 서울’에서만 시행 중인 부가순위상금 제도를 부산과 제주에서도 동일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기수들의 경주 출전과 말 훈련 기승 상하한선을 명확히 해 기수들의 적정한 생계가 보장돼야 한다”라며 “조교사의 갑질을 차단할 수 있는 공정한 계약과 기수의 권리보장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마사 제도에 대해선 “경쟁체계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고 문중원 기수 유가족과 같이 지난해 12월 31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의 일방적인 경마제도 개선안을 규탄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고 문중원 기수 유가족과 같이 지난해 12월 31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의 일방적인 경마제도 개선안을 규탄했다.

이어 31일엔 고 문중원 기수 유족들과 같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과 공공운수노조는 마사회로부터 (합의안)관련 내용에 대해 어떤 설명을 듣거나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면서 “마사회가 서울·제주 기수협회를 동원해, 마치 당사자들의 동의 하에 개선안이 마련된 것처럼 ‘쇼’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초대 노동위원장 보좌관 이력을 자랑하던 마사회장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김낙순 회장을 질타했다.

부산경남기수협회 역시 입장문을 통해 “부산경남기수협회와 부산경남경마본부 간에는 공식적인 간담회조차 진행되지 않았다”라며 “부산경남기수협회 소속 모든 기수들은 이번 제도개선 합의에 동의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전했다.

한편, 56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12월 27일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죽음의 경주를 멈추려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대책위는 이날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존중, 안전사회를 국가 정책으로 제시한 문재인정부 하에서 죽음의 경주가 지속된 데 분노한다. 마사회는 유가족 및 공공운수노조와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대책위는 정부서울청사 앞에 고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를 설치하고 매일 저녁마다 추모문화제를 진행 중이다. 시민대책위에 합류한 참가단체는 지난해 12월 30일까지 64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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