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량 관리·유통구조 개선에 목숨 걸겠다”·“농민의 권한을 농민에게”

[인터뷰 & 인터뷰]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 입력 2020.01.05 18:00
  • 수정 2020.01.06 20:23
  • 기자명 한우준·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박경철 기자]

양파·마늘 생산농민들과 농림축산식품부가 가격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손을 잡는다. 그 형태는 의무자조금이다. 기존의 농축산자조금 조직들이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두 주체는 과연 어떤 생각으로 자조금이란 해법을 내세우는지 들어봤다.

 

“수입물량 관리·유통구조 개선에 목숨 걸겠다” -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

 

자율성 확보에 대해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직 차원에서 자조금 참여를 결정했다

그간 마늘 관련 정책은 농민 의견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탁상행정으로 ‘이럴 것이다’ 하는 통계자료로부터 나왔다. 때문에 현장의 농민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출범한 것이 생산자협회였고, 이후 계속적으로 요구했던 것이 선제적 수급정책이었다. 그러던 중 의무자조금이라는 방안을 농식품부에서 먼저 들고 나왔다. 처음에는 의무자조금에다 수급정책의 책임을 다 떠넘기려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 때문에 같이 한다는 것에 의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후 수급정책 관련해선 기존의 예산을 더 확대하고 신속하게 집행하며, 농민들과 함께 논의하겠다는 확약을 받고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 의무자조금의 자율성 확보 문제는 장관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축산과는 다르게 거출 방법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자조금 거출은 마늘 유통구조 개선이 함께 진행돼야만 한다. 농협에서 유통 물량의 50% 이상을 직접 담당해야하고, 이는 지역농협만으로는 안 되며 농협 경제지주가 나서야 한다. 지금은 지역농협 수매 물량조차 100~200원만 차익을 남길 수 있으면 다시 상인들을 불러 되파는 구조다. kg당 1,000원에 넘긴 마늘의 소비자가격이 6,000원으로 바뀌는 이유다.

자조금 출범을 계기 삼아 이참에는 해야 한다. 농협 경제지주가 현재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경제지주가 연합사업단을 만들어 수매물량을 관리하고 직접 소비처로 보내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의무자조금이 출범하더라도 그렇게 큰 영향력은 갖지 못한다. 농협을 통해 전체물량의 50% 이상을 계약재배 할 수 있다면 농협을 통해 의무거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거출은 그 정도 물량만으로도 충분하다.

 

거출금을 바탕으로 의무자조금의 역할은 무엇이 되나

마늘과 양파는 농민들이 수급조절을 위해 면적을 조정한다고 해도 수입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의무 도입 물량 같은 경우는 정부에서 통제가 가능하지만 상인들이 들여오는 건 손을 댈 수 없어 수입 농산물을 관리하는 것도 엄청나게 큰일이다. 통관된 마늘이 어디로 유통되고 어떻게 소비되는가 하는 경로의 파악, 민간 업자의 수입물량이 1년 소비량의 몇 %를 차지하는가 하는 내용 등은 지금껏 자료가 없었다. 엄청난 양의 김치수입도 문제다. 배추, 무, 고추, 양파까지 다 들어간 문제다.

이를 의무자조금이 주체가 돼 전부 조사하면 정확한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중·하품 폐기와 격리를 통해 가격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서 말했듯 유통구조 개선도 절실하기 때문에 예산이 허락되는 한에서 밀어 붙여야한다. 수입농산물, 유통구조, 이 두 축이 정리가 된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널뛰기 장세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생산자 대표로서 자조금 출범에 임하는 자세는

지금껏 정부정책은 마늘이 농가와 농협의 손을 떠나고 나서야 나왔다. 그것들이 누구의 배를 불려준 대책이냐, 결국 상인들이다. 생산자협회를 움직이고 있는 집행부 모두는 이제 이 방안에 목숨 걸었다. 개인적으로 생산자협회 일 때문에 겨울에 농사짓는 하우스도 네 동이나 팔았다. 자조금조차 안 되면 마늘농사는 이제 답이 없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농민의 권한을 농민에게” -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정부가 마늘·양파 의무자조금 조성에 나선 이유는?

지난 2018년 발효된 농수산자조금법 제21조 2항을 보면 1차 생산자가 품질, 중량 등에 대한 시장 출하규격을 설정할 수 있어 생산·유통 자율조절이 가능해졌다. 정부가 기존에 해오던 유통명령을 대체할 수 있다. 엄청난 변화다. 의무자조금 제도의 마지막 완성판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와 같이 양파가 과잉되고 수확기에 물량이 쏟아지면 정부가 산지폐기하고 유통명령을 발동했다. 이를 위해선 생산자·산지유통인·소비자로 유통조절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여기서 합의를 하도록 돼 있지만 쉽지 않다. 또 공정거래위원장 승인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몇 달이 걸린다. 이제는 마늘·양파 의무자조금에서 결의하고 농식품부가 승인하면 바로 유통명령이 발동되는 것이다. 농민이 명령을 내리면 모든 주체들이 명령에 따라야 한다. 법을 어긴 사람은 농수산자조금법에 의거해서 과태료를 매기고 그래도 안 들으면 문 닫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큰 그림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다. 농민들이 정부 정책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주도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앞으로의 과정은?

의무자조금을 조성하려면 기본적으로 생산자 수 50% 내지는 생산 면적의 50%는 모여야 요건이 충족된다. 다들 노지채소는 의무자조금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생산 면적의 50% 이상이 가능했다. 이에 지난해 9월 가능성을 제시하며 농민단체를 설득했고, 10월에 설립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11월부터 마늘·양파 의무자조금 조성을 위한 교육 및 설명회 등을 진행했다. 오는 10일부터 본격적으로 현장 농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의무자조금 가입을 받아 면적이 전체 50%를 넘어서는 순간 품목별 대의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7월까지 양파·마늘 의무자조금을 설립할 계획이다.

 

정부가 의무자조금 조성으로 수급정책에서 발을 빼려한다는 우려도 있다

물론 그런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기존 정부가 해오던 채소가격안정제, 산지폐기 등 수급정책이나 수매·비축 등은 그대로 추진하면서 의무자조금 단체를 통한 유통명령에 준하는 생산·공급·출하조절이라는 새로운 수급상의 무기(도구)를 가지려는 것이다. 이를 공문을 통해 확인까지 시켜줬다. 이런 우려엔 과거 농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작용했다. 일단 그런 불신은 해소된 상태다. 농식품부는 농민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무엇보다 첫 번째 목적은 노지채소의 제값받기다.

 

거출 방법 및 규모는?

대의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일단 다른 품목은 평균 1년에 2만~3만원씩 낸다. 1년에 2만원씩 1만명이면 2억이다. 다만 양파·마늘은 워낙 예외적인 상황이라 정부에서 향후 3~5년간 50%이상 70%까지 1대1 매칭으로 보조해주려 한다. 거출목도 대의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그러나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면 생산자를 돕겠다. 일단 현 시점에선 의무자조금 규모보다는 의사결정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선진국에선 이미 110년 전에 도입한 제도다. 우리는 여기까지 오는데 20년이 걸렸다. 농민이 누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행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농민들의 참여가 절박하다. 농민들이 언제까지 보조석에 앉아 끌려 다닐 게 아니라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멀미도 안 나고 억울하지도 않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