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양파 의무자조금의 향방은?
마늘·양파 의무자조금의 향방은?
  • 권순창 기자
  • 승인 2020.01.0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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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해는 양파·마늘 농가에게 모두 잔인한 해였다. 생산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가격에 양파는 집집마다 쌓여 있었고 마늘은 경매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7월 경남 창녕군 도천면 예리의 한 마늘농가에서 망에 담을 마늘을 갈무리하고 있는 농민들 모습 뒤로 가격이 떨어져 아직 팔지 못한 양파 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다.한승호 기자
지난해는 양파·마늘 농가에게 모두 잔인한 해였다. 생산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가격에 양파는 집집마다 쌓여 있었고 마늘은 경매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7월 경남 창녕군 도천면 예리의 한 마늘농가에서 망에 담을 마늘을 갈무리하고 있는 농민들 모습 뒤로 가격이 떨어져 아직 팔지 못한 양파 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다.한승호 기자

의무자조금은 오랜 기간 축산의 전유물이었다. 2004년 양돈을 필두로 한우·우유·계란·닭고기·육우·오리 등 2015년까지 7개 축산 의무자조금이 출범했다. 원예품목의 시작은 축산의 마지막과 맞물렸다. 2015년 인삼을 시작으로 친환경·백합·참다래·배·파프리카·사과·감귤·콩나물·참외·절화·포도 등 지난해까지 12개 의무자조금이 조성됐다.

이들 품목은 모두 축산·과수·시설채소다. 자조금을 거출할 확실한 거점이 있거나, 조직화가 양호하거나, 계통출하율이 높은 품목들이기 때문이다. 농가 수, 특히 중소농의 수가 많고 유통경로가 제각각인 노지채소는 아무래도 의무자조금 출범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번째, 21번째 의무자조금 품목으로 마늘과 양파가 급부상했다. 계기는 지난해 마늘·양파 대폭락 사태였다. “가격안정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주문이 나오자 농식품부는 생산자가 주도하는 유럽형 수급정책에 주목했다.

2018년 개정된 자조금법에 따라 자조금단체는 유통명령 발동을 결정할 수 있다. 마늘·양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급이 불안정한 품목으로, 이 개정조항을 활용해 홍보·판촉 중심의 기존 자조금을 탈피한 수급정책 중심의 의무자조금 모델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막막한 농가 조직화의 열쇠가 된 건 때마침 창립한 전국마늘생산자협회·전국양파생산자협회였다. 마늘·양파 농가들은 지난해 폭락 당시 농식품부로부터 숱한 대책 요구를 묵살당한 뒤 교섭력을 키우고자 각기 협회를 결성했다.

역설적이게도 그동안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워왔던 농민과 농식품부가 이해를 맞춰 자조금의 페달을 밟고 있다. 의무자조금을 조성해 수급정책에 참여시키면 농식품부는 농민 의견을 등에 업고 정책 결정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으며 정책의 책임을 농민들과 나눠질 수 있다. 농민들 입장에선 마침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투영할 창구가 생긴다.

상황은 속전속결이다. 지난해 7월 대통령의 주문이 나온 뒤 9월에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 마늘·양파 의무자조금이 공론화됐고 농민-농식품부 간 눈치싸움과 줄다리기 끝에 11월 말 마늘·양파협회가 의무자조금 참여를 공식적으로 결정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말까지 34개 시군 순회설명회를 마치고 현재 읍면동 단위의 강사단 교육과 농민 설명회를 계획 중이다. 올해 7월이면 마늘·양파 의무자조금 출범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물론 모든 것이 순탄치는 않다. 의무자조금을 조성하려면 품목 생산자 수 또는 생산면적의 50%를 참여시켜야 한다. 규모가 큰 순서대로 마늘 1만2,000농가, 양파 7,000농가를 참여시키면 면적기준을 달성할 수 있다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고, 자조금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거출해야 할지의 문제도 남아있다. 지금껏 임의자조금을 운영해온 농협과의 관계를 잘 정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무엇보다 농식품부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이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민들을 외면했던 농식품부가 돌연 자조금 카드를 들이민 데 대해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아직 적지 않다.

그러나 의무자조금은 그동안 정책 테이블 바깥에 완전히 소외돼 있던 마늘·양파 농가들이 테이블 안으로 들어올 최소한의 기회다. 마늘·양파협회는 그동안 독단적이었던 농식품부 수급정책을 개선할 첫 물꼬라는 의미를 새기며 자조금을 향해 한 발 한 발 조심스런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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