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군 공항 유치 주민투표, 부정 얼룩진 부끄러운 역사로 남나

찬성 일색 농민단체들 동원한 ‘반대 대표단체 선정 방해’ 의혹
‘돈 선거’ 의혹 드러난데 이어 주민들 분류한 정황까지 나와

  • 입력 2020.01.01 15:19
  • 수정 2020.01.02 19:3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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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대구군공항의성이전반대대책위(대책위)가 지난해 12월 31일 의성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항유치에 찬성하던 단체들이 조직적인 주민투표 방해행위를 했다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이들 단체 가운데 일부를 경찰에 고발하고 의성군선거관리위원회도 주민투표법을 임의해석해 반대운동에 피해를 끼쳤다며 고발했다.
대구군공항의성이전반대대책위(대책위)가 지난해 12월 31일 의성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항유치에 찬성하던 단체들이 조직적인 주민투표 방해행위를 했다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이날 이들 단체 가운데 일부를 경찰에 고발했다.

성탄절이었던 지난해 1225, 의성군선거관리위원회(의성군선관위)는 대구공항 찬성·반대 주민투표를 앞두고 반대운동 대표단체로 신청한 단체 20여개의 대표자를 긴급히 소집했다. 본래 의성군선관위는 그 하루 전 진행된 찬성·반대운동 대표단체 신청이 끝나는 대로 양측의 대표단체가 선정될 것으로 보았다. 실제로 찬성 측 단체는 통합신공항의성군유치위원회한 곳만이 신청해 당일 대표단체로 선정됐다. 그런데 이날(1224) 반대 측에서 20개나 되는 단체가 대표단체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단체 대부분은 관내 농민단체들이었다.

 

평화의 성탄절에 벌어진 종용의 현장

주민투표법 주민투표관리규칙에 따르면,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단체가 2개 이상일 때 단체들 간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그렇지 못한 경우엔 추첨을 하게 돼 있다. 기한은 주민투표 발의일 후 2, 즉 단체 신청을 받은 날 바로 하루 뒤까지다. 촉박한 일정이다. 의성군선관위 관계자는 보통은 양쪽에서 대표단체를 미리 협의해 신청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잘 발생하지 않아 당황스럽다라며 오늘(1225)까지 결정하도록 돼 있어 협의가 안 되면 바로 추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대 측 단체들끼리 미리 협의가 되지 않은 이유는 명료하다. 이들 가운데 최근까지 실제로 반대활동을 이어 온 단체가 극히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구군공항의성이전반대대책위원회, 의성군농민회, 의성군여성농민회,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구천·점곡분회 5개 단체를 제외하고는 최근까지 공항 이전 반대 활동 내역이 없었으며, 이 중에는 이름을 걸고 공항 이전을 찬성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건 단체들도 다수 있었다.

의성군선관위도 이 점을 고려해 이들 단체를 소집할 때 그간의 반대활동 내역이나 앞으로 반대활동을 할 것을 결의한 내용의 증명을 요청했지만 기존 반대단체들 외엔 제출하지 못했다. ‘협의의 시간을 내줄 땐 오병규 의성군선관위 사무과장과 권오현 지도홍보계장 등이 각각 나서, ‘허위로 반대 운동 단체로 등록했다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관련법에 따라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두 차례나 경고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2월25일 오병규 의성군선관위 사무과장이 반대 대표단체 등록을 위해 선관위 사무실을 찾은 농민단체 대표들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5일 오병규 의성군선관위 사무과장이 반대 대표단체 등록을 위해 선관위 사무실을 찾은 농민단체 대표들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의성군선관위가 내준 한 시간 가량의 협의 시간 동안, 그간 반대운동을 해 온 5개 단체는 당연하게도 갑자기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선 다수의 농민단체들로부터 그 의중을 파악하고자 시도했다. 신광진 의성군농민회장은 갑자기 반대운동을 하겠다고 이렇게 많이 모여서 반갑다. 그러나 아직 서로 누군지도 모른다. 각자 입장을 밝히고 인사부터 하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날 모인 대표자들은 모두가 한 마음이다. 모두 자격이 있으니 대표는 누가 돼도 상관없다’, ‘그냥 어서 반대 운동 대표단체만 뽑고 끝내자’, ‘안 되면 그냥 추첨하라라며 종용했다. 심지어는 여러 단체가 함께 반대활동을 하는 것은 번거로우니 만일 우리가 대표단체가 된다면 우리 조직에서 전부 알아서 하겠다고 말한 대표자도 있었다.

결국 협의는 결렬로 마무리 됐다. 이 단체들이 시간이 됐는데도 선관위 측에서 나타나지 않는다며 선관위 사무실을 떠나는 바람에 오늘 내로 결정해야한다는 의성군선관위의 연락을 받고 일부만 겨우 돌아와 추첨 절차를 마무리 짓는 촌극까지 빚었다의성군선관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8개 농민단체는 반대 의사를 자진 철회했고, 추첨 명단은 대표 단체 신청 의사를 끝까지 유지한 12개 단체로 수정됐다.

추첨 결과 선정된 단체는 푸른의성21’, 그 대표자로 나온 손학용씨는 추첨 직후 사실 의성 발전을 위한 길로 보면 공항이 오는 게 맞다고 본다. 무조건 반대만을 위한 투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항이 의성으로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책위 공동대표는 맡지 않을 것이고 나름대로 위원회를 따로 꾸리겠다고 발언하는 등 사실상 엉뚱한 단체가 반대 대표단체로 선정된 셈이 됐다. 주민투표법에 따라 이 단체는 주민투표 사안과 관련된 설명회나 토론회의 참가자 신고 및 선거공보에 게재할 반대 의견과 그 이유를 작성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

대구군공항의성이전반대대책위(대책위)1231일 의성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행위가 조직적인 주민투표 방해라고 호소했다. 반대로 등록한 단체 중 유치 찬성 활동을 벌여 온 단체들이 대거 포함돼 있고 진위가 의심되는 단체들이 기존의 반대 단체보다 훨씬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추첨 당일까지도 찬성 의견을 담은 현수막을 게시했던 의성군쌀전업농연합회 등 다섯 개 농민단체를 이날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12월31일 의성경찰서 민원봉사실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는 신광진 의성군농민회장.
지난해 12월31일 의성경찰서 민원봉사실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는 신광진 의성군농민회장.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군공항 이전은 지역에 막대한 소음 피해를 가져오기에 주민들의 공정한 선택과 선택에 대한 책임이 요구된다. 그 장점과 단점을 알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 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수결로 단체 한곳을 뽑을 것을 종용하는 등 협의 과정을 방해한 단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다. 경찰과 검찰은 이 단체들의 배후를 명확히 밝히고 조직적으로 이뤄진 부정행위의 민낯을 낱낱이 밝혀야할 것이라며 이 단체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배후에 의성군을 지목하고 나섰다. 대표단체 신청을 했다가 추첨 당일 자진 철회한 한 농민단체장은 가보니 반대하는 사람도 많고 우리까지 나서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나왔다라며 소음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살고 있어 여전히 반대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또 의성군선관위에 대해서도 주민투표 관리규칙에 명시된 대표단체를 하려는 단체는 찬반운동을 해왔거나 공표한 단체와 협의 후 대표단체 신청을 할 것이라는 조항을 임의대로 해석했다라며 그로 인해 반대 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활동의 제약을 받은 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대표단체 지정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통해 잘못된 주민투표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성군선관위는 이날 대책위의 최종 고발명단에서 제외됐다.

 

지자체급 돈 선거시도에, ‘민간인 사찰까지

허수아비 반대 단체동원 의혹 외에도 의성군이 투표 참여율과 찬성 비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시도를 한 정황은 속속 포착되고 있다. 기자회견 당일 오후에는 <한겨레>가 의성군이 내부적으로 작성한 통합신공항 유치 확정시 읍면별 성과포상 계획()’을 입수해 공개했다. 18개 읍면을 대상으로 총합 60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찬성률과 투표율을 합산해 최상위의 성적을 낸 지역에는 50억원, 이후 최저 30억원까지 차등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의성군선관위의 지적을 받고 현재는 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율 100%를 달성한 마을은 10억원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계획안을 실제 시행에 옮기기도 전부터 이미 이런 내용이 파다하게 돌고 있었다. 익명의 관내 한 마을 이장은 투표율과 찬성률을 바탕으로 지원금이 나온다는 얘기는 이미 공공연하게 지역에 돌다 어느덧 갑자기 사라졌다라며 마을에 필요한 300만원짜리 사업 얘기를 공무원에게 하니 그런 거 말고 이런 게(10) 있다고 이미 들었다고 증언했다. 최근 의성군내에 붙은 유치 찬성 현수막들의 내용이 투표 100%, 찬성 100%’로 통일돼 있는 것 또한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의성군내에 걸린 찬성 의견 현수막은 '투표참여율 100%, 찬성률 100% 달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의성군내에 걸린 찬성 의견 현수막은 '투표참여율 100%, 찬성률 100% 달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 문건에는 성과를 달성하는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에 대한 해외연수 포상 내용도 담겨있다. 마찬가지로 성적별로 그룹을 나눠 최상위 지역에는 인당 5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정>은 한 제보자의 통화 내용을 통해 공무원들이 성과 달성을 위해 주민들의 찬·반 성향과 소속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소위 민간인 사찰로도 볼 수 있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통화 녹취에는 한 공무원이 제보자를 향해 네가 지금 (군 내부에서) OOO(단체 이름)로 분류돼 있다고 시인하는 발언이 담겨 있다. 권혁정 의성군농민회원도 “‘네가 (반대단체인) 농민회인 거 아니, 설령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투표는 꼭 해라라는 연락이 오더라. 투표율 관련 포상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자체가 직접 돈 선거를 주관하려던 정황까지 드러난 가운데, 공항 유치 찬반을 묻는 의성군의 주민 투표는 오는 21일 실시된다. 거소투표 신고기간은 3일까지, 사전 투표 신고기간은 16~1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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