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농정 공약을 제안한다

  • 입력 2019.12.31 18:00
  • 기자명 김호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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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단국대 교수
김호 단국대 교수

새해가 밝았다. 늘 같은 해와 달이 뜨고, 대개의 일상이 반복되며 다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365일을 주기로 하여 새로운 희망을 품고 다시 신발 끈을 매기 위해 새해의 소망을 가진다. 지난해의 아쉬움과 실망, 실패와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존본능이 아닌가 싶다.

고령화되고 있는 농민들이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의지를 가지고,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라는 감정을 유지했으면 한다. 여전히 우리농민과 농업, 농촌의 발전을 위해 생산현장과 정책현장에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농민이 주체가 돼 농업·농촌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금년 4월에는 국회의원을 뽑는 21대 총선이 있다. 또 2022년 3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있고, 6월에는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총선을 통해 우리 농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노력할 것 같은 후보를 뽑아야 한다. 또 농업계의 요구를 공약에 반영하는 활동도 중요하다.

21대 총선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1일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친농연) 3개 단체와 한국농정신문, 한국농어민신문 등 농업전문지가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20대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의원의 농정 관련 의정활동에 대해 평가하고, 21대 총선 농정공약을 제안했다.

20대 총선 공약(公約)은 공약(空約)

4년 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이 제시한 농정 공약을 살펴보자. 또 얼마나 이행했는지도 평가해보자.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농어민에게 고품격 건강검진 제공, 1조원 농어촌상생기금 확대, 여성농어업인의 권리와 복지확대, 농작업 대행센터 설치, 100원 택시 도입 등 농어촌복지 확대,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를 도입하고 쌀 산업 보호, 밭농업 직불제 100만원으로 인상 등 직불제 확대, 가축질병 공제제도 도입, 농협 혁신 및 유통체계 개선, 농어업회의소 설립·운영 지원,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책임 등이었다.

자유한국당은 농업재해보험·농업인 안전보험·농업수입보장보험·재해 지원대책 마련, 농촌지역에 복지시설 제공으로 농촌 생활여건 개선, 풍수해 및 가뭄 대비로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 구축, 농업 생산과 가공·유통·관광·체험 등의 융복합 촉진으로 일자리 창출,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 활용가능성 제고, FTA 피해 최소화 및 피해농가 지원 확대, 농수산식품을 수출 전략산업으로 육성,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 활용 가능성 제고 및 귀농귀촌 맞춤형 지원, 밭 기반 정비 및 밭작물 공동경영체 조직화·맞춤형 지원, 농촌지역 빈집을 체험·복지·생산 등 공동체 공간으로 활용 등이었다.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의 위원들이 공약 이행 실태를 평가한 결과, 모두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5점 만점에 2.26점이었고 자유한국당은 1.80점이었다. 100점으로 환산하면 더불어민주당은 45점, 자유한국당은 36점이다.

특히 이행이 부진한 공약은 농산물가격과 소득안정, 농업생산여건의 안정 등과 관련된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농어민에게 고품격 건강검진 제공, 1조원 농어촌상생기금 확대, 농산물최저가격보장제를 도입하고 쌀 산업 보호, 농협 혁신 및 유통체계 개선 등을 잘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자유한국당의 이행이 부진한 공약은 농업재해보험·농업인안전보험·농업수입보장보험·재해 지원대책 마련, 풍수해 및 가뭄 대비로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 구축, FTA 피해 최소화 및 피해농가 지원 확대, 밭 기반 정비 및 밭작물 공동경영체 조직화·맞춤형 지원, 농촌지역 빈집을 체험·복지·생산 등 공동체 공간 활용 등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 여야의 농정 분야 공약 이행 수준은 낙제점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농정 공약을 다시 제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7년 4월 10일 서울역 앞 광장에서 열린 ‘벼 수매가 환수거부, 농업 혁명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이 각 당 대선후보들에게 요구할 10대 농업 혁명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대 국회 여야의 농정 분야 공약 이행 수준은 낙제점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농정 공약을 다시 제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7년 4월 10일 서울역 앞 광장에서 열린 ‘벼 수매가 환수거부, 농업 혁명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이 각 당 대선후보들에게 요구할 10대 농업 혁명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대 국회 농해수위 의원에 대한 평가

전농과 한농연, 친농연 농민들의 평가결과를 보자. 20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이 농민의 주장을 대변했다는 비율은 11.9%에 불과했다. 또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농가에 도움이 됐다는 비율은 14.3%이었다.

정부가 농민을 위한 농정을 어떻게, 얼마나 추진했는가에 대한 논의는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정부를 견제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국회의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가 이 정도 수준이니, 우리 농업과 농민이 힘들지 않았겠는가? 꼬리에 꼬리를 문 농산물가격 파동과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한 침묵, 쌀 목표가격 설정에 대한 직무유기, 직불제 개편 관련 농민단체와 불통 등 농민들에게 실망을 줬다.

농해수위 소속 의원 19명의 지속성에도 문제가 있다. 농해수위 19명의 위원 가운데 8명만이 국회 전기와 후기에 동일한 상임위에서 활동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단 2명에 불과했다. 또 지난 4년간 농해수위가 발의한 법안은 1,792건이었다. 이는 20대 국회 전체 발의 2만3,968건 중 7.5%를 차지하고 있다. 1,792건 중 처리한 법안은 915건(가결 372건, 대안 반영 509건, 폐기 및 철회 34건)으로 51%를 처리했다.

특히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조성과 관련된 법률인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무역이득 공유제에 대한 농민단체의 강력한 요구를 피해 가고, 2015년 11월에 한-중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해 여·야·정 협의체에서 합의한 사항으로 신설됐다.

2017년부터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1조 원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혜를 입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조성하기로 했으나, 겨우 600억 원을 조성하는데 그치고 있다. 오죽했으면 현역 의원의 입에서 이 법이 당시 정치권이 사실상 국민을 기망하고 농민을 속인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21대 총선 공약 제안

국회가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휴업상태다. 그렇지만 선거일이 되면 선거는 치러질 것이고 다양한 공약도 제시될 것이다. 20대 국회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말도 많고 국민의 피로감은 가중되고 있다. 공약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선거를 맞이해 또 공약을 제안해 본다. 농민단체가 요구하는 공약은 농업현장과 농민이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이슈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회가 이 지경인데도 서둘러 공약을 제안하는 이유는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등 선거 시계가 이미 가동됐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에 제안할 핵심 공약에 대해 농민들에게 물었다. 전농, 한농연, 친농연이 각각 제안한 3∼5개의 공약 중 유사 중복된 것을 묶어 10개를 선정했다. 농민을 위한 농지개혁 시행, 농산물 가격보장을 위한 공공수급제 도입,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푸드플랜 정착과 확대, 청년· 후계농업인 육성대책 마련, GMO 완전표시제 실시, 공익형 직불제 전면 시행,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직불제 예산 확대, 쌀값 안정대책 마련,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 농민수당법 제정을 통한 농민수당 지급 등이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 회원들이 선택한 5개의 핵심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직불제 예산 확대이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직불제 예산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직불금 예산이 2조4,000억 원으로 결정됐다. 우선 3조 원 이상의 직불금 예산 확보와 점진적으로 농업예산의 50%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 전체예산 대비 농업예산 비중을 4∼5% 이상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이다.

둘째, 농민수당법 제정을 통한 농민수당 지급이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보장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농민수당법을 제정하고 지급하는 것이다. 현재 여러 기초지자체와 광역지자체에서 농민수당을 실시하고 있거나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상 예산의 확대가 어렵고, 다른 예산을 쪼개서 지급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법률의 제정을 통해 중앙정부의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당이란 기준 외 보수이고 기본급을 보완해 주는 부가급으로서 일정한 급료 이외에 정기 또는 수시로 지급되는 보수이다. 목적에 따라 직무·근무와 관련된 수당, 생활 보조와 복지후생 등을 위해 지급한다.

셋째,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의 도입이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를 도입하고 쌀 산업을 지키겠다고 공약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최저보장가격의 기준으로서 최저생산비를 설정하고 시장가격이 최저보장가격 미만으로 하락했을 때 그 차액을 농민에게 직접 보조하는 것이다. 농산물 최저가격심의위원회를 설치해 매년 최저생산비를 고시해야 한다. 정부는 생산자조직과 의무자조금을 활용해 자율적으로 농산물 수급관리와 가격 유지를 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생산자조직이 사전에 재배면적을 조정하고, 작황에 따라 공급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의 추진주체와 방식, 기금 조성 등에 대한 제도의 마련과 정부의 관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자율적으로 시행되기는 어렵다. 또 의무자조금이 도입될 수 있는 품목은 생산여건과 분포, 출하방식에 따라 한계가 있다. 특히 채소류는 축산물과 달리, 의무자조금제도의 도입 여건이 매우 불리한 품목에 속한다.

넷째, 농산물 가격보장을 위한 공공수급제 도입이다. 아울러 쌀값 안정대책 없는 변동직불제 폐지를 반대한다.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과 양곡관리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수급제는 농산물의 수요와 공급에 대해 정부의 정책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기초농산물을 중심으로 수확기에 적정량을 국가나 공공단체가 매입해 농산물가격의 불안정 현상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산물가격의 안정은 농업소득을 안정시킬 뿐 아니라 소비자의 가계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다섯째, 청년·후계 농업인 육성을 위한 대책 마련이다. 20대 국회에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후계인력육성법이 처리되지 못했다. 체계적인 후계농업인 육성을 위한 법제화를 실현하고, 가업 승계농 상속세 세제 혜택을 30억 원으로 인상하자는 것이다. 또 농업자금 정책금리가 현재 고정금리 2%인데 이를 1%로 인하하고 융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새해를 맞아 농사직썰 필진이 새로워집니다. 김호 단국대 교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 유병덕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장, 김윤두 건국대 교수께서 우리 농정에 대한 속 시원한 돌직구를 ‘농사직썰’을 통해 날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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