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마지기 벼농사보다 아르바이트로 더 벌어”

귀농 4년 승헌씨의 농사일기

  • 입력 2020.01.01 00: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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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해 12월 24일 영광군에서 만난 이승헌(42)씨는 아버지 농사를 물려받아 4년 전 귀농했다. 생각보다 벅찬 농촌생활이었지만 마을 어른들의 도움으로 차츰 적응해가는 중이다. 최근엔 농민회 대마면지회 사무장을 맡아 마을좌담회 준비와 소식지 편집에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청년소농이라 할 수 있는 그의 농사일기를 들어보자.

귀농할 때 계획은?

적게 벌고 자급자족하겠다는 생각으로 귀농을 오게 됐다. 그래서 사람들과 만남도 피하려 했는데 농촌생활이 그렇지 않더라. 농사를 지으려면 기계도 빌려야 하고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걸 돈으로 하면 생산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 품앗이 하며 살아야 한다.

어떤 농사를 짓고 있나?

벼농사는 아버지가 물려준 논과 임대를 합쳐서 29마지기(약 5,800평)를 농사짓고 밭은 5~6마지기 정도인데 보리, 참깨, 양파 등을 해갈이로 심고 있다. 지금 밭에는 농협 계약재배로 보리를 심었고 6월초 즈음 수확할거다.

1년 동안 농사지어 번 매출은 총 2,000만원이 안 된다. 원가 빼고 생활비 빼면 빠듯하다. 경작규모를 늘리려 해도 농지은행에서 순위가 밀리더라.

귀농하면 지원있지 않은가?

청년창업농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곳에서도 규모화를 장려한다. 어떻게 농사 규모를 늘릴 것인가 하는 점을 많이 보는 것 같았다. 약용작물에 관심이 있어서 도농기술원 교육을 받을까 하는데 여유가 없어서 생각 중이다.

올해 쌀농사는 어땠나?

지역에 태풍 피해가 컸는데 비료를 적게 뿌려서인지 다행히 쓰러짐 피해를 입지 않았다. 마지기당 4섬을 수확하는 걸 목표로 해서 비료는 그 선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뿌린다. 비료를 너무 많이 쓰면 미질도 안좋고 병도 많이 걸려서 되도록 건강하게 키우려 한다.

앞으로는 친환경적인 농사를 지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논 7마지기는 무농약으로 짓고 있다. 그 논은 다 손으로 직접 피를 뽑았다. 지난번엔 피를 놔뒀더니 벼가 쓰러지더라. 친환경인증을 받으려 했는데 서류상 문제가 있어서 못하고 있다.

쌀값은 잘 받았나?

올해 지역농협에서 6만2,000원(40㎏ 기준)으로 나락값을 정했는데 수율이 안좋다고 6만원으로 깎았다. 몇몇 농민들은 쌀값을 깎아버리니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보관할 저장고는 없고 당장 벼는 베야 하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정부정책을 보면 결국 수입이 늘어날 것 같다. 결국 가격이 떨어질 걸로 예상되는데 10년 뒤에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싶다. 대체작물을 심는 것도 문제다. 정부정책을 믿을 수가 없다. 이 지역에서도 농민들이 아로니아를 많이 심었는데 가격이 폭락해 많이 뽑아야 했다.

귀농생활은 만족하는가?

어디에서 살아도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아야 하는데 이곳이 도시보다는 정이 오가고 실수를 해도 편하게 살 수 있어 마음은 편하다.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생활이 힘들다고 느끼진 않는다.

겨울엔 아르바이트로 일을 나갔는데 최근엔 쉬고 있다. 소득만 따지면 농사보다 월 200만원을 받고 일을 하는 게 낫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마을에 공동저장고가 있으면 좋겠는데 마을 어른들은 다소 부정적이다. 일부만 쓰는 창고가 될까 걱정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저장고가 있으면 판로를 찾는데 한결 나을 것 같다.

정책적으로는 중소농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만들었으면 한다. 지금 중소농 대책은 되레 중소농을 없애는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한다. 지금 농사규모는 소농이 아니라 할 수도 있지만 전업농으로서는 생활이 어려운 규모다. 농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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