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민수당, 개별 단위 지급으로 가야 … 농촌 현실상 장기적인 관점 필요”

박지흥 충청남도청 농림축산국 식량원예과장

  • 입력 2020.01.01 00:00
  • 수정 2020.01.02 19:35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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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사진 장수지 기자]

전국 농민들이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농민수당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충남도는 올해부터 ‘충남형 농어민수당’ 지급을 약속하며 농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했다. 그리고 시행에 앞서 지난해 2019년 농민과 농업인 판별을 시도했다. 아울러 충남도는 지난 2017년 오늘날 농민수당과 결이 같은 농업환경실천사업을 시행해 선도적인 농정을 펼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선두에서 지휘하는 박지흥 충남도 식량원예과장을 만나 농민수당 도입에 대한 우려와 계획을 들어봤다.

 

박지흥 충남도청 농림축산국 식량원예과장
박지흥 충남도청 농림축산국 식량원예과장

최초로 충남에서 농민과 농업인 판별 시도를 했는데 계기가 궁금하다.

‘충남도 농어민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내부 방침을 정하는 과정에서 직불금을 농민 개별 단위로 지급할 것인지, 농가 단위로 지급을 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이를 결정하더라도 직불금 지급 대상인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농업인’ 가운데 실제 농사를 안 짓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농업인 조건(300평 이상 농지 경작, 연중 90일 이상 농업 종사, 농산물 판매액 연간 120만원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농민들이 정부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큰 점도 우려됐다.

그래서 농민과 농업인 현황을 파악하고자 지난해 11월 농민기초조사를 실시했다. 충남 시·군 단위별 한 마을씩 15개 마을을 대상으로 농민을 조사했고, 현 제도와 시스템 하에 895세대 1,723명 중 몇 명의 농민이 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했다.

농민과 농업인을 판별하는 과정은 어땠는가.

제대로 조사된 것은 62% 수준이다. 조사가 불가능한 38%에 대해선 여러 이유가 있다. 조사하기 위해선 개인정보공개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등본이나 농산물품질관리원 농업경영체 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의서를 내주지 않은 경우가 21%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장이 일일이 나설 경우 전수조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작은 마을일 때 가능하며 도심지에 가까울수록 농민과 농업인을 판별하기 매우 어렵다.

현재로서는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농가 단위로 지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 개별 단위 지급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남연구원에 다시 조사해보자고 제의한 상태며, 좋은 대안이 있으면 받아들일 의향이 충분히 있다.

농업경영체 미등록 농민은 정부 혜택으로부터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 부분이 크게 우려된다. 농민이 농업인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경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금 부족으로 농지를 갖지 못하면 농업경영체 등록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정부 혜택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농지 관련 제도가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현행제도와 검증 시스템은 모두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농가를 대상으로 이뤄져 있다. 정부가 만들어 놓은 법적 테두리를 우리가 넘어설 순 없다. 개선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시험적인 시도를 하는 선까지만 가능하다. 도민과 농민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개별 단위 지급 혹은 농민이 아닌 농업인 파악 등은 현행 시스템과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제도 도입·추진시 매번 고민되는 부분이다.

개별 단위 지급으로 가야 하는 이유는?

농촌을 지킬 사람들이 없다. 저출산 시대라곤 하지만 농촌의 인구 감소는 더 심각하다. 도내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70대 이상은 8만2,000명이고 40대 미만은 1만5,000명이다. 고령농민이 돌아가시고 나면 농촌엔 남아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제는 농촌에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공익성을 인정해야 한다. 개별 단위 지급은 농촌에 사람들이 얼마 안 남았을 때 훨씬 수월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 지급 기준을 만들려고 해도 지역·품목별로 다 달라 합의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개별 단위 지급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농민수당을 농촌형 수당으로 가는 준비 단계로 봐야 한다. 정부의 공익형 직불제는 농가 단위로 지급해 소득을 보장하고, 도 차원의 직불제는 농촌에 거주함으로써 지급하는 식으로 방향을 서로 다르게 잡아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농민이 몇 명인지 검토하는 시도를 한 것이다.

충남도는 3년 전 ‘농업환경실천사업’을 도입했다. 어떤 사업인가?

지난 2017년 도입한 농업환경실천사업은 농업·농촌 환경을 지키고 개선하겠다는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마을 단위 이행 점검 후 농가 단위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현재 논의되는 농민수당과 결이 같다고 보면 된다. 정부의 쌀 변동직불금은 재배면적별로 지급하므로 농지가 많은 사람은 많이 받고 적은 사람은 적게 받는다. 도 차원에서 이뤄지는 농업환경실천사업만큼은 균등분배를 생각하게 됐다.

2020년도 충남도의 수당 관련 농정 계획을 알려 달라.

농업환경실천사업은 지난해를 끝으로 폐지하고 올해부터 충남도 농어민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두 사업의 차이는 크지 않다. 농민들이 전국적으로 농민수당을 동시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기존 농업환경실천사업 직불금을 농민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해 달라는 농민들의 요구가 있어 이를 수용했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방법은 이전과 같다. 다만 농업환경실천사업이 연 45만원을 지급했다면 충남 농어민수당은 대략 연 60만원 수준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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