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북한의 새로운 길, ‘자력갱생’

  • 입력 2019.12.31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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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북한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전과 다르게 단호하다. 그들은 트럼프의 협상팀과 셈법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듯하다. 미국과의 지리한 협상시간도 못마땅했을 것이다. 한편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해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요구 결의안에 대해 즉각 반대했다.

북한의 자력갱생이란 스스로 새로운 활로를 열어 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북의 매체는 ‘자력부흥’ 또는 ‘자력번영’이라 말하지만 실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자력갱생이란 사실 내핍형 대안에 가깝다. 그들의 말처럼 ‘부득불한 상황’에 마주선 셈이다. 이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손을 내밀게 될 것이다. 이는 제재의 일부라도 완화하려는 선택이라 하겠다.

지난해 11월 중국은 평양을 방문한 랴오닝성의 당서기를 통해 북한과 주요한 합의를 이뤘다. 인적교류와 무역 확대, 농업 교류, 민생부문의 협력, 관광 협력 등이 주된 내용이다. 이에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규모 식량을 지원했다. 국경무역도 활성화 했다. 또 유엔 안보리에서는 대북 제재의 완화를 제안했다. 대북 제재조치에 유연하게 접근하려는 입장이다. 북한의 ‘새로운 길’에 최소한의 발판을 제공하려는 모양새다.

한편 최근 미중 무역협상은 중국의 불가피한 양보 속에 일단락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은 이제 본격적인 대결 구도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관련전문가들은 미중의 관계가 이전의 ‘협력 속의 부분 갈등’이 아니라 ‘갈등 속의 부분 협력’으로 바뀌게 됐다고 진단한다. 향후에는 ‘글로벌 가치사슬’ 대신 ‘지역적 가치사슬’을 중시하면서 미중 양국은 각자도생의 길로 갈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의 자력갱생에 버팀목이 새롭게 생긴 셈이다. 북한은 향후 미국에 대해서는 긴장을 조성하는 협상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한국으로서는 중재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트럼프의 외교노선 역시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이며, 즉흥적이라 이는 우리에게도 버겁다. 매파와 사나운 매파만 있을 뿐 비둘기파는 없다는 얘기다.

북한이 자력갱생이라는 새로운 길을 갈 경우 가장 어려움을 겪게 될 분야는 농업일 것이다. 우선 식량자급을 다그치게 될 것이지만 이에 소요될 비료와 농기계 그리고 농업에너지와 농업용수를 충분히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농촌진흥청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전년보다 2%, 9만여 톤 증산되는데 그쳤다. 지난 2018년 식량생산량이 극히 저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필요량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 농업은 크게 변모했다. 축산·과수·시설농업·관개수리 등 대규모 농업개발사업도 잇달아 이뤄졌다. 큰 폭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농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안고 있다. 토지·기후 등 자연적 제약과 전후방산업의 취약성 때문이다. 자력갱생에 나서려는 북한에게 이런 제약은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농업은 전쟁 후 두 배로 증가한 인구를 부양하는데 성공했다. 우리를 앞서는 자급률이다. 그러나 ‘쌀밥에 고깃국’이란 그들의 상징적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다. 북한 농업의 명암이 극명한 셈이다. 대북 제재상황을 감안할 때 자력번영이란 더욱 힘겨운 도전이 될 것이다. 북한 당국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다가오는 새해를 앞두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 농민들의 가슴도 시퍼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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