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수당만큼은 ‘진짜 농민’에게!”

충청남도의회 주최 ‘농민수당 의정토론회’ 열려
지급 대상 기준 설정 관련 농민·행정 간 활발한 논의

  • 입력 2019.12.31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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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12월 20일 충남도립대학교 도서관에서 ‘충남형 농민수당 지급방식과 향후 과제에 대한 의정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해 12월 20일 충남도립대학교 도서관에서 ‘충남형 농민수당 지급방식과 향후 과제에 대한 의정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농민수당 도입 운동과 더불어 농업으로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진짜 농민’ 판별에 대한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간 직불금과 양도소득세 감면 등 실경작자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무수한 혜택 탓에 부재지주는 법적 ‘농업인’ 자격을 유지해온 반면, 현장에서 농촌을 가꾸며 영농활동을 지속한 농민들은 그 당연한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 채 보조·지원 등 대다수 농정에서 소외돼 왔다. 때문에 농민수당 도입에 앞서 그 지급대상 기준에 대한 논의가 최근 꾸준히 진행되는 추세다. 특히 충청남도를 비롯한 경기도 등 광역지자체에선 농민 판별을 위한 전수조사를 이미 실시했거나 향후 연구용역 시행을 위한 예산 편성 등의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20일 충남도립대학교 도서관에선 충청남도의회 주최로 ‘충남형 농민수당 지급방식과 향후 과제에 대한 의정 토론회’가 열렸다. 김명숙 충남도의원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주제발표와 이근혁 부여군농민회 사무국장, 박영숙 청양군 로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박상우 금산군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사무국장, 박지흥 충남도청 농림축산국 식량원예과장 등 참석자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엔 충남도민과 청양군민 등 약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논의가 진행되는 내내 자리를 떠난 이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열띤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난해 농민수당을 받은 경북 봉화군의 한 여성농민이 작성한 후기 발표로 주제발표를 시작한 박경철 책임연구원은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약 252조원으로 추산된다. 농민수당은 이러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가·사회적 보상이며,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와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금액을 농민에게 직접 제공하는 성격을 가진다”고 전했다. 이어 “통계청 조사 결과 현재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33%에 불과한데다 전국 230만 농가 중 절반이 채 안 되는 비율이 순수하게 전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소멸 역시 더 이상 먼 미래에 닥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인과 학자 모두 포퓰리즘 논란을 뒤로 한 채 기본소득 보장 차원에서의 농민수당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농업선진국이라고 불리는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도 전체 농업예산의 72%를 직불금 형태로 농가에 직접 지급하기 때문에 농업과 농촌이 유지된다고 본다. 유럽은 우리와 다르게 면적을 기준으로 직불금을 지급하지만 농가 간 빈부 격차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고 우리는 경지면적 1ha 미만인 농가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농가 또는 농민 개별 단위 지급을 계획·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박 책임연구원은 △농업경영체 단위 △농가 구성원에 따른 할증 방식 △농민 개별 단위 등 세 가지 지급 방안에 대한 장단점을 설명했고, 액수가 적더라도 개별 단위 지급을 원하는 농민단체의 요구가 기본소득 보장의 개별성 원칙에 부합하지만 지급대상 판별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현행의 부정확한 통계를 바로잡는 등의 보완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근혁 부여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충남 농민수당은 농민이 제안하고 도민이 함께함으로써 마련됐다. 청구서명 시작 두 달 만에 3만5,000여명의 농민과 도민이 동참했고 이를 바탕으로 ‘충남 농민수당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며 “특히 조례에 소외와 배제 없이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하도록 충남 등록제 마련을 명시했다. 이 기회에 농가 단위로 운영되는 농업 행정을 농민 단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숙 이사장은 “최근 농민수당에 대한 논의는 지급 여부를 넘어 그 대상과 액수에 대한 부문으로 발전한 것 같다”며 “소농은 물론 여성과 청년을 배제하지 않는 개별 단위 지급이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가장 합리적인 방법임에 틀림없고, 여성농민도 농업·농촌의 가치를 지켜가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또 박상우 사무국장은 “소농이 주류를 이루는 우리 농촌에서 농업인이 아닌 농민이 많아야 농업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행 제도 상 밑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이 될 예산과 농민 판별 기준, 통계의 확실성과 부당수령 근절 방법 등 어렵고 문제 있는 부분을 살피며 이견을 좁혀가되 전체적인 맥락은 농민의 기본소득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개별 단위 지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자 발표를 경청한 박지흥 식량원예과장은 “농민수당 도입에 앞서 지난 2018년 도내 시·군에서 1개씩 총 15개 마을에 농민이 몇 명이나 있으며 그걸 행정이 직접 판별해 수당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조사를 시행해봤다. 예견된 어려움이 실제 발생했고 농민으로 확인됐지만 경영체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며 “당장 농민 개별 단위 지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가지 않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현행 법과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행정 차원의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걸 양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편 토론이 끝난 뒤 참석자들의 다양한 질의가 쏟아졌고 청양의 한 농민이 “농촌에 거주 중인 중소농 입장에서 지원 사업 등 농정 혜택 대다수를 체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오늘 토론회를 통해 농민 개별 단위 지급이 어렵다는 건 이해를 하겠으나 태초의 도입 취지와 의미를 잘 살려 정책을 추진해줬음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이근혁 사무국장이 마무리 발언으로 “그간 정부가 농촌에 투자한 예산은 현장 농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제도적인 문제를 인정하고 방식을 달리해 더 이상 업자 배불리는 데 돈 쓰지 말고 진짜 농민에 직접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도나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혀 참석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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