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중도 사퇴, 개탄스럽다

  • 입력 2019.12.22 22:39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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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출범 후 농정을 담당했던 고위 인사들이 선거를 위해 직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번엔 농협중앙회장까지 선거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했다.

지난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신정훈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이재수 선임행정관이 취임 1년도 못 채우고 사퇴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영록 장관과 신정훈 비서관은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이재수 행정관은 춘천시장 출마를 위해 직을 내던졌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김영록 장관과 신정훈 비서관 모두 전남도지사라는 한 자리를 두고 경쟁자로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농정은 장기간 공백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정부의 농정개혁 실패는 이 때 이미 예견됐다. 개혁의 고삐를 바짝 잡아야 할 정권 초기라는 중요한 시기에 문재인정부 농정 수장 두 명과 행정관이 동시에 자기 앞길 챙기기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후임으로 임명된 최재관 농해수비서관과 이개호 장관 역시 1년여 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총선 출마를 위해서다. 물론 다른 사연도 있겠지만 이 두 사람은 현재 20대 총선을 향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에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16일 사표를 냈다. 김 전 회장은 임기가 3개월이나 남았다. 김 전 회장은 취임 초 ‘4년 임기를 8년처럼 쓰겠다’고 공언했다. 임기 하루하루를 소중히 쓰겠다고 밝힌 사람이 다음 자리를 위해 현 임기도 다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김 전 회장은 “농협의 존재 이유는 죽어도 농민”이라고 주창했다. 그런데 지금 김 회장에게 농협의 존재 이유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고 여겨진다.

김 전 회장 총선 출마설이 나온 것은 지난달 초순 무렵이다. 국회는 지난해부터 농협중앙회장 연임 제한규정을 삭제하는 농협법 개정 논의를 했다. 김 전 회장은 연임 제한규정을 바꿔 농협중앙회장 재출마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연임 규정을 삭제하는 농협법 개정에 상당히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협법 개정은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고, 김 전 회장은 총선 출마로 진로를 바꾼 것이다.

지난달 20일 김 전 회장은 중앙회장 임기 중 총선 출마지역인 나주에서 대규모 출판기념회 형식의 총선출정식을 개최했다. 김 전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노리고 있다. 선거에 나가기 위해 중도 사퇴한 이들은 모두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들의 중도 사퇴로 농민들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을 키우고 있다. 이들로 인해 농정개혁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순전히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공직을 이용했던 것이다. 김 전 회장 역시 다르지 않다. 자리욕심에 주어진 임기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큰일을 한다는 것인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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