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부숙도 시행, 여전히 시기상조

[2019 농업결산]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축산인 “농가 인식 부족해 … 철저한 준비 후 시행해달라”
정부부처 “부족해도 지원에 최선 … 시행 연기는 없어”

  • 입력 2019.12.22 18:00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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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요즘 축산농민들의 주요 대화 주제는 ‘퇴비부숙도 걱정’이다. 퇴비부숙도검사가「가축분뇨법」에 따라 내년 3월 25일부터 의무화 된다. 하지만 축산인들은 이에 부정적이다. 축산인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정부 부처의 입장은 퇴비부숙도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부숙도란, 퇴·액비의 원료가 퇴·액비화를 거쳐 식물과 토양에 안정적인 상태가 돼가는 정도를 말하며 부숙중기(부숙 기간이 좀 더 필요한 상태), 부숙후기(부숙이 거의 끝나가는 상태), 부숙완료 총 3단계로 나뉜다. 축사가 1,500㎡ 이상인 농가는 부숙후기 또는 부숙완료를 해야 한다. 축사가 1,500㎡ 미만인 농가는 부숙중기 상태여야 한다.

부숙도 기준을 위반할 경우 단계별로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단, 소규모농가 및 분뇨를 위탁 처리하는 농가의 경우는 부숙도 검사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 가능하다.

또한 퇴비부숙도 검사 실시 횟수는 축사의 배출시설 면적에 따라 달라진다. 허가규모(한우 900㎡ 이상, 돼지 1,000, 닭 3,000)는 6개월에 1번씩 연 2회, 신고규모(한우·젖소 100㎡ 이상, 돼지 50, 닭 200)는 연 1회 분석처에 퇴비 부숙도 측정을 의뢰·분석해야 한다.

환경부는 부숙되지 않은 퇴비가 농경지에 살포될 때 발생하는 악취 및 농작물 피해를 방지하고자 퇴비부숙도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제도 시행이 이르다는 입장에 대해 「가축분뇨법」 개정 이후 5년 만에 시행되므로 당초 계획대로 시행할 것이며, 초기 준비가 부족할 수 있지만 관계기관과 협력해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환경부의 입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축산농민은 “완벽히 준비를 다 해놓고 시행해야지, 준비도 다 안된 채 시행을 고집하는 건 말도 안 된다”라며 “미허가축사 적법화 못한 농가도 많은데 이를 챙기지 못할 망정 또 규제라니 축사 접으란 말 같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지난 16일 행사장에서 만난 한 축산농민은 퇴비부숙도 관련 발송문자에 불이행시 받을 벌칙조항이 적혀있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행사장에서 만난 한 축산농민은 퇴비부숙도 관련 발송문자에 불이행시 받을 벌칙조항이 적혀있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또 다른 농민은 “시행도 시행이지만, 자꾸 문자에 부숙도 관련 과태료가 적힌 벌칙 조항을 넣어서 보낸다. 볼 때마다 기분 나쁘고, 이러려고 축산업을 했나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축산인들은 지속해서 퇴비부숙도의 허점을 지적하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퇴비부숙도 국회간담회에 참석했던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농가지원부장은 “검사 대상인 국내 축산농가들이 모두 검사를 받는다면 약 15만건에 달한다. 하지만 퇴비부숙도 판정검사가 가능한 곳은 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검사 분석처의 부족을 지적했다.

황엽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연장해야 한다. 환경보호란 명분하에 과학적 잣대 없이 축산농가의 일방적 부담만 강요해선 안되며 환경부는 검사의 명확한 근거와 목적을 제시해달라”며 “축종별 특성을 감안한 정부차원의 조사 및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상위 법령과 일치되지 않는 시·군 조례를 일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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