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문재인정부의 2019년 농정 중 그나마 나은 평을 받을 분야가 친환경농업 분야다.「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친환경농어업법)」개정에 따라 제도의 대대적 정비가 필요하다. 올 한 해 친환경농정의 성과와 한계, 과제는 무엇일까?
친환경농어업법 개정
친환경농업의 목적을 명시하는 친환경농어업법 제2조는 기존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 내용에서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토양에서의 생물적 순환과 활동을 촉진하는 (중략) 건강한 환경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바뀌었다. 이는 친환경농업계에서 친환경농업의 목적이 ‘생태환경 보전을 지향하는 농업’임을 강조하며 성격 변화를 촉구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법 개정 후속조치, ‘토지문제’부터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친환경농어업법 개정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관련 제도, 특히 토지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친환경인증제는 ‘농지인증’ 방식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한 농지에서 농사를 오래 지을 수 없는 임차농들로선 새 친환경농어업법이 강조하는 ‘건강한 환경에서의 농산물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 회장은 “특히 도시 근교는 투기과열 상태라 임차농지가 많다. 임차농들은 농사지어온 땅을 하루아침에 지주들에게 빼앗겨버리는 경우도 많고, 새로 진입하려는 친환경농민들로서도 날마다 치솟는 토지가격을 감당하기 힘들기에 친환경농업 진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충남 부여군 부여여성농민회는 기존 농생태학 실천농지 임대기간이 끝나 새 농지로 옮겨야 했다. 원래 농지는 방치돼 풀산이 된 상태라는 게 부여여농의 증언이었다. 7월 열린 ‘직불금 부당수령 고발대회’에서 증언한 충북 단양 농민 한연수씨는 임대기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친환경농지를 빼앗겼다. 남의 손으로 넘어간 친환경농지에서 관행농사나마 농업이 이어지면 다행이고, 아파트나 다른 시설을 세워 건물값을 챙길 지주들이 부지기수다.
경기도 화성시의 친환경농민 A씨는 “임대 상태에선 하우스를 만들려 해도, 관정을 파려 해도 지주의 허락을 일일이 받아야 하는데, 지주들은 하우스든 관정이든 새로 만드는 걸 탐탁치 않아 한다”고 한 뒤 “이 농지에서 3년간 농사짓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 끝날 때를 대비해 새 임차농지를 찾으러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이라 말했다.
‘하향식’ 아닌 ‘농민참여형’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확대도 성과다. 그 동안 5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시행지역이 올해 20군데 추가됐다. 사업 시행지역들엔 향후 5년간 총 6억5,0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기존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시행지역 농민들은 이 프로그램이 더 많은 농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8월 3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충남 홍성에서 열린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의 과제와 개선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프로그램 시행지역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이 실제 지역주민들의 요구와 이해에 맞게 운영되기보다, 일부 전문가와 공무원들에 의해 계획이 만들어지면 그 계획이 ‘하향식’으로 전달된다는 뜻이었다.
김영재 회장은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확대가 농업의 공익적 기능 확대에 기여하리라 평하면서도 “현장 농민들이 현실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프로그램은 지역 특성에 맞게,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며 “결코 의무를 강제하는 방향이 아닌, 농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공익형직불제 개편 과정에서 ‘선택형직불’ 관련 프로그램 및 농가에 대한 보상책 마련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산부친환경꾸러미지원사업 시작
국민참여예산 공모로 선정된 임산부친환경농산물꾸러미지원사업 예산안(91억원)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성과였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총선을 노린 예산’이라며 방해하는 우여곡절 끝의 결과였다.
친환경농업계와 농식품부는 임산부친환경꾸러미사업처럼 향후 소비자들에게 친환경농업과 먹거리의 공익성을 알리기 위한 소비자 친화 정책을 만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