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농업개도국 포기’, 미국에 막힌 통상주권

[2019 농업 결산] WTO 개도국 포기

농업보조금 집행 10%대 불과

  • 입력 2019.12.22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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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정전환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문재인정부가 농민들을 분노케 하는 결정타를 날렸다. 지난 10월 25일 세계 무역기구(WTO) 농업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향후 WTO 협상부터 우리나라는 농업도 선진국 부담을 떠안게 된다. 관세율, 보조금 등에서 국내 농업에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했다.

제208차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열린 지난 10월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엔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막고자 이른 아침부터 농민단체들이 항의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대외경제장관회의 직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브리핑을 열고 WTO 개도국 지위와 관련 “미래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최종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한 별도 협상권한을 확인하고, 개도국 지위 포기가 아니라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정리하면서 “이번 결정이 국내 농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농민들은 없다. 더구나 정부가 WTO 출범 이후 농업분야 개도국 조건에서 쓸 수 있는 ‘농업보조금’을 15.5%만 집행한 것이 김현권 의원실을 통해 밝혀졌다. 지난 2004년 쌀 수매제 폐지 이후 정부가 집행한 농업보조금 총액이 급감한 것도 문제다. 쌀 수매제 폐지와 농업보조금 급감이 겹쳐 결과적으로 농민들은 손해가 가중된 셈이다.

또한 정부는 스위스, 일본 등 선진국들이 추진하는 보조금, 블루박스(BB) 를 지난 20년간 단 한 번도 집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도국 지위 아래 쓸 수 있는 보조금 총액도 부실하게 사용한 정부는 선진국농정을 본보기 삼는 일도 게을리 했다는 증거다.

농업에 대한 국가책임을 소홀히 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WTO 개도국 지위를 내팽개친 정부 탓에 2019년은 통상주권도 송두리째 내던진 한 해로 평가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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