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공익형 직불제 실시와 농민단체의 역할

  • 입력 2019.12.22 18:00
  • 기자명 김태연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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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연 단국대 교수
김태연 단국대 교수

 

최근 2020년도 농식품부 예산이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금액보다 증액된 15조7,743억원으로 결정됐다. 몇 년간 14조원 대에 머물던 농식품부 예산이 처음으로 15조원 대를 넘어선 것이다. 금년도 농식품부 예산이 14조6,596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금년 대비 7.6%가 늘어난 1조1,147억원이 증액됐다. 특히, 공익형 직불제 예산이 정부가 요청했던 2조2,000억원에서 2,000억원 증액된 2조4,000억으로 결정된 것이 특징적이다. 여기에 공익형 직불제에 대한 농민들의 참여 유도 방편으로 2019년산 쌀 변동직불금도 2,384억원 추가 편성하게 된 것은 농민들의 농가소득 감소 우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문재인정부에서 그 동안 이야기해왔던 공익형 직불제 실시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이와 함께 직불제 중심의 지속가능한 농정으로의 전환이 실질적으로 시작한다는 신호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그 동안 몇 해에 걸쳐 여러 논란이 있었던 공익형 직불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마련된 것 같다. 이제는 농민단체들의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즉, 공익형 직불제 실시를 위한 다양한 기준, 원칙, 체계에 농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물론, 세부적인 기준과 시행체계에 대해서는 이미 농식품부의 초안이 마련돼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농민단체들은 농식품부의 정책시행 방안이 발표된 이후에 대응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고려하고 있는 공익형 직불제의 일부 내용들이 그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농민단체들의 입장은 거의 발표되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공익형 직불제에 대한 내부 논의는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농민단체의 논의를 촉구하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공익형 직불금 지급 기준에 대한 논의다. 그 동안 소위 ‘교차준수의무(Cross-Compliance)’라는 용어로 회자됐던 것이지만, 반드시 이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농업을 통한 공익증진 활동이 무엇인지를 농민들이 스스로 인식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것만으로 공익증진에 기여한다고 간주되지 못하는 시대적 상황이 도래했다. 생산한 농산물을 국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것도 아니고 시장에서 적절한 가격에 판매해 농민들 자신의 소득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농산물 생산 자체를 공익적 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농업생산을 통해서 농촌지역의 생물다양성 증진과 수질보전 및 대기오염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농민단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화학비료, 제초제, 농약, 퇴비의 과다 투입을 억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농촌지역의 환경과 경관, 수질 개선, 도랑 생태계 회복 등에 기여할 수 있는 농업생산방법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제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직불금 부정수급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쌀과 밭 직불금 지급과정에서의 부정수급은 ‘지원자격 및 농지 요건 확인’과정에서 현장점검 보다는 서류심사로 이뤄지며 발생되고 있다. 사실상 행정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하기 어려운 제도적 여건 및 인력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쨌거나 추가적인 행정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익형 직불제에서는 행정적인 절차에서보다 농민들의 이행의무 시행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부정수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존 직불제와 달리 현장에서 확인 점검하는 인력의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농식품부나 지자체의 행정 인력에만 의존하게 되면 많은 비용이 소모되면서도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장 확인 과정을 농민단체에서 참여해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이를 전담할 인력을 농민단체에서 추가적으로 고용해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행정비용 절약과 정책 효과 증대를 위해 필요한 사항이다.

이와 같은 지급 기준과 부정수급 방지 방안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공익형 직불제에 대한 전반적인 농민단체의 이해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즉, 지속가능한 농정이 필요한 현재의 시대 상황은 농민들에게 단순히 식량생산자로서의 역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촌지역의 다양한 환경과 자원의 관리자로서의 역할도 기대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농민이 수행할 수 있는 ‘공익’이라는 것이 어떤 특정 행위라고 한정할 수 없고, 다양하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농민단체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반영하도록 제기해서 공익형 직불금의 대상 행위를 보다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농민들의 소득원 확대라는 결과로 연결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익형 직불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우리 농업의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공익형 직불제를 활용해서 우리 농업의 발전과 농민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방안을 농민들이 주도해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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