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 언제까지 농민이 감내해야 하나

[2019 농업 결산] 재해대책 실효성
농민들, ‘피해율 산정 내실화 필요성’ 지적·보험 약관 개정 요구

  • 입력 2019.12.22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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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0월 한 농민이 제주시 구좌읍의 한 감자밭에서 연이어 닥친 태풍에 의해 하얗게 변해버린 감자 줄기를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0월 한 농민이 제주시 구좌읍의 한 감자밭에서 연이어 닥친 태풍에 의해 하얗게 변해버린 감자 줄기를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올해 농민들은 그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반복·심화된 자연재해를 겪으며 정부 농정의 한계를 체감했다. 논·밭의 농작물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농민들은 일말의 희망을 안고 다시 파종에 나섰지만 야속하게도 다시 들이 닥친 태풍은 농민들의 그런 희망마저 꺾어버렸다.

기상청(청장 김종석)에 따르면 올해 9~11월은 근대 기상업무를 시작한 1904년 이래 가장 많은 태풍 영향 수를 기록했고, 강수량도 1973년 이래 네 번째로 많았다. 9~11월의 평균기온도 역대 2위로 기록될 만큼 남풍기류 영향에 의한 높은 기온이 지속됐고 큰 기온변화와 평년보다 높은 기온까지 관찰됐다.

이러한 기상재해의 영향으로 농작물 피해 역시 대단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지난 10월 농가 손실 최소화를 위해 태풍 피해 벼 전량 매입을 추진했다. 농식품부는 잠정등외등급을 3개로 나눠 각각 1등급 기준가격의 76.9%·64.1%·51.3% 수준으로 농가 희망물량 전부를 지난 16일 매입 완료했다.

농식품부 추산에 따르면 링링·타파·미탁으로 인한 벼 도복 및 수확기 잦은 강우에 따른 수발아, 흑·백수 등 피해면적은 총 3만197ha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특히 올해 매입가격 상향과 더불어 농협 미곡종합처리장이 농가로부터 산물벼를 매입·건조한 경우도 태풍 피해 벼 수매에 참여할 수 있게 조정했다”면서 “시중에 낮은 품질의 저가미 유통을 방지해 쌀값 안정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농민들은 “모든 농협 RPC가 태풍 피해 산물벼를 매입·건조하진 않는다. 아무래도 도복 벼는 이물질이 많다보니 건조장에서도 쉽게 받아주질 않는다”면서 “가격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건조가 어렵다 보니 유통업자를 통해 피해 벼를 매입한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당초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노수현, 농관원)은 태풍 피해 벼 매입량이 약 7만5,000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종적으론 2만6,000톤을 수매했다. 지난 2010년 1만톤, 2012년 2만5,000톤, 2016년 3,000톤 등과 비교해 올해 수매량이 월등히 높은 것은 사실이나 저품질의 저가미 유통을 제대로 차단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이에 농민들은 추후 유통업자가 수매한 태풍 피해 벼가 시장에 유통될 시 가격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또 잦은 자연재해와 그로 인한 피해는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갖게 했다.

올해 피해 현장에서 만난 농민 대다수는 “피해를 산정하는 항목에 농작물 품질이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보험에 가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현장에서 손해평가사가 피해율을 35% 이상 줄 수 없다고도 얘기하는데 피해율을 그 이상 잡을 경우 표본조사를 실시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품질에 관계없이 수확량만으로 피해를 따지기 때문에 사실상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서 “보험사가 피해율 상한을 지정해 이익 챙기기에 앞장서지 말고 정책보험 도입 취지에 맞게 약관을 개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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