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폭락·불통행정 … 내년엔 되풀이하지 않도록

[2019 농업 결산] 농산물 연쇄폭락

농산물 전품목 동반폭락 사태
산지 목소리 외면한 농식품부

채소류 의무자조금 도입 논의
수급·소통문제 해결 가능할까

  • 입력 2019.12.22 18:00
  • 수정 2019.12.22 23:0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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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연초부터 농산물 폭락이 꼬리를 물자 지난 7월 19일 양파·마늘농가를 중심으로 한 전국의 농민들이 대규모 상경집회를 벌였다. 농번기임에도 3,000여명이 참여해 산지의 절박한 상황을 드러냈다. 한승호 기자
연초부터 농산물 폭락이 꼬리를 물자 지난 7월 19일 양파·마늘농가를 중심으로 한 전국의 농민들이 대규모 상경집회를 벌였다. 농번기임에도 3,000여명이 참여해 산지의 절박한 상황을 드러냈다. 한승호 기자

2019년은 농민들에게 잔인한 한 해였다. 땅에서 나는 작물이라면 품목을 불문하고 줄줄이 폭락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농민들의 주머니는 메말라갔고, 지역농협이 부도 위기까지 내몰리는가 하면 산지수집상들의 자살 사례도 아홉 차례나 이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졌던 배추·무·양배추는 해가 바뀌고 계절이 변하도록 깊은 수렁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랭지 끝물에 이르러 기상이변으로 겨우 회복세를 탔지만 그 작은 틈을 뚫고 마각을 드러낸 수입산이 최근 농민들의 진을 빼놓고 있다.

배추·무는 시작에 불과했다. 늦겨울에 대파가 무너진 데 이어 양파·마늘·시금치·애호박 등 봄철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2019년산 채소들이 모두 평년대비 반토막의 대폭락을 겪었다. 가을엔 추석시즌 농민들의 견고한 버팀목이었던 홍로사과마저 무너져 내렸고, 겨울엔 감귤이 출구없는 폭락을 맞았다. 양파와 마늘, 사과(부사) 등 저장품목들은 아직도 판매가 난감해 내년산 가격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양파·마늘은 재배농가가 많고 주산지가 밀집해 있는 품목이다. 연초 폭락 조짐이 있을 때부터 농민들이 응집해 농식품부에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했지만 농식품부는 귀를 닫았다. 결국 뒤늦게 수백억원을 쏟아부은 대책은 조금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농민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결속하기 시작했다. 7월 농번기에 전례없는 규모의 품목 농민대회가 벌어졌고, 지난 4월 전국양파생산자협회를 필두로 5월 전국배추생산자협회, 8월 전국마늘생산자협회 등 마침내 주체적 성격의 전국단위 품목 농민단체들이 탄생했다. 언제까지나 똑같은 정책실패를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절박함과 위기의식이 결코 쉽지않은 일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품목단체 창립에 축전 하나 보내지 않은 채 밀실 수급대책 개선을 추진, 또 한 번 농민들의 거센 지탄을 받았다.

농식품부가 품목단체들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된 계기는 자조금이었다. 수급정책에 농민들의 역할을 담보하려는 농식품부와, 수급정책에 농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려는 품목단체들의 입장이 접점을 찾은 것이다. 노지채소 의무자조금 도입은 올해 4분기부터 논의가 급진전됐고, 최근 양파·마늘협회가 공식적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지금까지의 의무자조금은 사실상 농식품부가 생산자조직을 컨트롤하는 형태를 띠어왔다. 자칫 농민들이 정부의 정책적 책임면피나 명분쌓기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견해가 논의 초기부터 제기됐다.

때문에 품목단체들은 의무자조금 참여의 조건으로 자조금 운용의 자율성을 보장해줄 것을 농식품부에 다짐받았다. 생산자들의 의결사항에 대한 농식품부의 승인권을 없애거나, 최소한 예산의 임의 용도변경 폭을 넓히는 등 최대한 자율권을 넓혀가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품목 생산량의 50% 이상을 농협 등 예측가능한 유통체계로 재편하고, 민간 수입에 대해 생산자들이 관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기로 했다.

이무진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농산물 수급정책은 한 번도 생산자가 중심이 돼 개입해 본 적이 없다. 거론된 문제들을 의무자조금으로 100%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우선 첫 발을 뗀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올해 뼈아팠던 폭락이 이끌어낸 새로운 수급정책 구조가 어떻게 완성되고 정착될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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