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플랜, 시민이 주인되는 ‘식량정책’

거창한 목표 얽매이지 말고
시민들끼리 조금씩 한 발짝

  • 입력 2019.12.15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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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표류하는 푸드플랜을 바로잡아야 할 주체는 결국 시민들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김현권·정춘숙·위성곤 의원과 지역상생포럼(준)(대표 백혜숙)은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푸드플랜의 시작, 거버넌스 구축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은 푸드플랜을 둘러싼 난잡한 쟁점과 과제들을 논하기 이전에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핵심 전제를 다지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생산자보다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욱 절실한 만큼 역량있는 소비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김규태 <식량닷컴> 푸드플랜연구소 부소장은 푸드플랜의 성격을 규명했다. 지난 20여년 우리 정부는 규모화·강소농·6차산업 등 농업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모두 시장개방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 푸드플랜은 지금까지의 농업정책을 식량정책으로 확대·재편하는 개념으로, 농민이 아닌 국민 단위에서 식량주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먹거리 분야 거버넌스의 선진지로 꼽히는 경기 부천의 김재철 친환경급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역시 발제에서 “많은 지역에서 푸드플랜을 세우는 것 자체가 목표가 돼서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며 △시민참여를 우선으로 할 것 △거창한 계획보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에 집중할 것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지난 11일 ‘푸드플랜의 시작, 거버넌스 구축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전국의 먹거리분야 전문가들은 거버넌스가 표류하는 푸드플랜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 11일 ‘푸드플랜의 시작, 거버넌스 구축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전국의 먹거리분야 전문가들은 거버넌스가 표류하는 푸드플랜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푸드플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지만,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거버넌스가 푸드플랜을 정상적으로 끌어갈 수 있으리라는 데 공감했다. 민-관은 물론 민-민 간 관계를 맺고 먹거리 문제를 스스로 논의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헌극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상임대표는 “민-관 이전에 우리 ‘민’ 안에서 거버넌스 준비가 제대로 돼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지역의 상황과 조건에 비춰 매뉴얼을 아주 세세하게 짜지 않으면 관을 설득할 수 없다”며 “전국적 모범사례를 뽑아 우리가 매뉴얼화해 공무원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혜승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지역사회에 먹거리 분야 전문가가 드물다. 얼마나 역량을 강화해서 참여시킬건지, 국민적 관심을 어떻게 이끌어낼건지도 과제”라며 “거창하지 않은,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내고 먹거리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 전체와 함께 거대 담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오열 충남도청 농식품유통과 주무관은 현장에서 느끼는 거버넌스의 어려움을 공유했다. 영양교사 등 거버넌스 핵심 참여자들이 번잡한 논의를 기피해 이탈하고 단체들이 이익추구에 함몰되는 등 결국 행정의 역할이 커지게 되는 문제다. 김 주무관은 “먹거리에 대한 지역의 전체적인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 지속적 학습과 민관 공동의 과제선정 및 해결, 이런 과정을 통해 체계가 만들어져야 거버넌스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일한 생산자 패널인 강선희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사무국장은 그동안의 먹거리정책이 생산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해 농민들의 정책 기대치가 매우 낮음을 피력했다. 그는 “농산물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적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 공공재를 제대로 유통시키기 위해 국가기관·생산자·소비자가 모여 고민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생산현장이 갖고 있는 문제에 충분한 논의영역을 할애할 것을 주문했다.

아직 윤곽이 희미한 푸드플랜의 모델을 생협에서 찾자는 의견도 나왔다. 류명화 바른두레소비자생협 이사장은 “생협 활동이 공공영역으로 가면 그게 푸드플랜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산과 소비, 자원순환, 지역과의 연대 등 생협의 활동 자체가 민이 할 수 있는 영역의 푸드플랜”이라며 “그동안 생협이 해온 것을 좀더 깊이 살피고 푸드플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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