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가짜 농민수당’ VS ‘진짜 농민수당’

충북도의회, 도 발의 기본소득보장 예산 전액 삭감
민의 모은 주민발의 농민수당 적극 시행 고려키로

  • 입력 2019.12.15 18:00
  • 기자명 안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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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기원 기자]

충청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위원장 박우양)는 지난 4일 농정국 소관 2020년도 예산안을 심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도의회는 지난달 19일 충북도가 2020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충북형 농가기본소득보장제’ 예산을 전액 삭감키로 했다. 이날 회의는 전농 충북도연맹(의장 김도경) 소속 시군 회원들 10여명이 회의장 내·외에서 방청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박문희(청주3선거구) 도의원은 “충북도가 제출한 충북형 농가기본소득보장제 사업과 농민들이 요구하는 농민수당 사이에 입장 차이가 크고 예산에 있어 괴리감이 많다”며 “농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농업·농촌을 살리는 데 특단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데 견해가 일치했으며 이어 주민발의를 통해 접수된 ‘충북 농민수당 조례’의 실현 방향에 대한 풍부한 논의가 이어졌다.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가 충북도가 내 놓은 ‘충북형 농가기본소득보장제’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농민들이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가 충북도가 내 놓은 ‘충북형 농가기본소득보장제’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농민들이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충북농민수당추진위와 충북도의 갈등은 추진위가 지난 10월 주민발의 서명운동의 중간보고를 발표하며 시작됐다. 추진위는 10월 31일자로 청구서명의 충족요건인 1만3,289명의 서명을 훨씬 넘어서는 1만8,000명의 서명이 취합됐음을 발표했다. 얼마 후 충북도는 갑자기 ‘충북형 농가기본소득보장제’를 내년도부터 시행하겠다며 이 사업으로 농민수당을 대체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 사실을 안 추진위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장에서 긴급 항의 피케팅을 진행하면서 농민수당은 지역 언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농민들은 ‘충북형 농가기본소득보장제’를 ‘가짜 농민수당’이라고 칭했다. 10억원 대 규모의 충북형 농가기본소득보장제는 기본소득의 개념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복지정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업으로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인 농민수당을 대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압박을 느낀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충북농업인단체협의회 소속 단체장들에게 긴급 간담회를 제안했으나 단체장들이 간담회 불참을 선언하며 모임은 무산됐다. 농민들은 지속적으로 언론보도, 토론회 등에 출연해 농민수당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한편, “더 이상의 서명을 받기보다는 도민들의 뜻을 충북도에 전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한다”며 2만4,211명의 서명을 지난달 28일자로 충북도에 제출했다. 직후 진행된 2020년도 충북도 예산안 심의에서 도의회가 ‘충북형 농가기본소득보장제’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농민들은 도의회의 결정을 지지했다.

그러나 아직 농민수당 시행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행정절차에 따르면 주민발의한 농민수당 조례를 충북도의회에 부의해야 하는 최종 시한은 내년 4월 2일까지다. 농민수당추진위는 그때까지 시군 및 도 단위 농민수당 보고대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농민수당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쟁취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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