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전분야로 뻗어가는 기업자본의 손길

선진은 대규모 패커 건립·우리손F&G는 양돈장 인수해 사육 확대
하림·이지바이오 등 축산 전 분야에 걸친 수직계열화 구축 시도

  • 입력 2019.12.15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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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기업자본의 축산 진출은 전후방산업뿐 아니라 직접 사육까지 손길이 뻗쳐져 있다. 적합한 투자는 축산 발전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으나 자칫 축산농민들의 존립기반을 흔들 수 있어 상생의 묘를 찾아야 될 상황이다.

㈜선진(총괄사장 이범권)은 지난 2017년 10월 경기도 안성시에 축산식품복합 일반산업단지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뒤 대규모 축산패커 건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선진은 거세지는 수입 축산물의 공세와 축산을 둘러싼 대내외적 변화를 대규모 패커건립을 추진하는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선진 관계자는 “수입육이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이베리코처럼 고급육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국내 축산물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친환경과 동물복지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도 높아 이 사업을 추진하며 새로운 설비와 기술로 고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하는 롤모델을 만들려는 의지가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선진은 덴마크·네덜란드 등에서 운용 중인 최신 LPC(축산물종합처리장)와 가공단지의 선진 축산기술을 접목해 축산업에 따라 붙는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 지역 축산농가에겐 가축 판매 선택지를 늘리고 출하한 가축의 품질 정보를 농가에 제공해 생산성 개선까지 고려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패커가 건립되면 900명의 일자리가 창출돼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선진의 입장이다.

선진 관계자는 “좋은 위치와 가격, 그리고 교통 등 여러 요소를 다면적으로 평가해 안성을 부지로 정한 것이다”라며 “현재 전반적인 도축장 가동률은 낮지만 명절 등 대목엔 물량이 적체되면서 축산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또, 패커는 도축장뿐 아니라 육가공 및 유통사업까지 연계해 효과를 보는 것이기에 도축장 가동률만으로는 사업성을 따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축산업계 내부에선 선진이 수도권인 안성지역에 대규모 패커를 건립하는 데 우려를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당장 치열한 경쟁에 돌입해야 하는 경기지역 민간도축장과 축협 조직들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선진은 사료·육가공·식육유통 등 전후방산업뿐 아니라 직영농장을 통해 양돈장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LPC까지 갖추면 원료육 가격 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직계열화사업을 착수할 면모를 갖추게 된다. 특히 인접한 경기 부천지역과 충북 음성지역의 농협 축산물공판장, 같은 안성지역의 도드람양돈농협 LPC, 그리고 곧 완공될 충남 천안지역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축산물종합유통센터와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진 관계자는 “선진의 돈육시장 점유율은 채 10%도 안된다. 패커 하나로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확대해석은 안했으면 한다”고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모기업인 하림이 수직계열화로 육계시장에서 독과점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업계에서 나오는 우려를 기우라 넘기기도 어렵다.

특히 한돈농민들은 축산기업들이 직접 양돈장을 운영하며 생산부문에서도 농민들과 경쟁하는 점에 대해 반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올해 초 돈육가격 하락으로 모돈 감축이 논의될 무렵엔 일단 축산기업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이 모아지기도 했다.

축산기업인 이지바이오 역시 자회사들을 통해 사료, 동물약품, 육가공 및 유통 등 전후방사업 전반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 자회사 중 하나인 우리손F&G(대표이사 조창현·편명식)를 통해 직접 비육돈 및 한우 생산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우리손F&G는 계열사인 부여육종이 전북 완주군의 한 양돈장을 인수해 운영하려다 지역사회의 반대여론에 직면해 있다. 이 양돈장은 1만2,000두 가량의 돼지를 사육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져 있다.

축산기업들은 축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축보다 양돈장 인수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우리손F&G 관계자는 양돈장 직접 운영에 관해 “한돈협회와 잘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협의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주요 축산기업이 보유한 모돈 수는 종돈을 제외하고 2013년 10월 3만668두에서 지난해 4만6,070두로 50% 남짓 급증했다. 비육돈 사육규모 역시 모돈과 함께 상승했을 것이라 유추되는 대목이다. 이에 한돈협회는 지난해 12월 성명을 내고 “기업자본의 무분별한 농장 매입시도는 2013년 한돈협회와 5대 양돈기업이 체결한 적정 사육규모 협약을 파기하는 배신행위임을 경고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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