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축산을 넘길 것인가

  • 입력 2019.12.15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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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시청 앞 로터리에서 양성면 주민인 김성래(52, 왼쪽)씨와 차지일(60)씨가 양성면 도축장 건설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건 뒤 반대 행동에 나서고 있다. 축산 대기업인 ㈜선진은 양성면에 약 23만㎡에 달하는 축산식품복합 일반산업단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0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시청 앞 로터리에서 양성면 주민인 김성래(52, 왼쪽)씨와 차지일(60)씨가 양성면 도축장 건설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건 뒤 반대 행동에 나서고 있다. 축산 대기업인 ㈜선진은 양성면에 약 23만㎡에 달하는 축산식품복합 일반산업단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육계분야는 기업의 수직계열화 참여율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육계사육농민 대다수는 기업의 위탁농으로 고착화된 갑을관계를 감수하고 있다.

육계에 이어 한돈과 한우에서도 기업의 수직계열화사업 진출은 노골적이다. 이윤 앞에 축산농민과 직접 경쟁하는 농장 운영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는 대다수 축산농민들은 기꺼워하지 않는 내색이 역력하다.

기업의 축산 진출은 관련 축종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대규모 투자로 최신 시설과 선진화된 시스템이 들어서면서 여러모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진 않을까? 그런데 최근의 육계시장을 돌아보면 이같은 기대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계열업체들은 서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자 과잉생산을 외면하고 있다. 당연히 닭고기가격이 하락하며 육계사업으로는 큰 수익을 얻지 못한다. 수직계열화로 육계농민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사료와 동물약품 수입으로 버티면서 자본력이 약한 경쟁업체부터 도태되기만 기다릴 뿐이다. 그 결과, 육계시장은 몇 년 동안 수급불안이 반복되며 깊이 침체돼 있다.

최근엔 도축과 육가공이 결합한 대규모 패커 건립이 유행을 타고 있다. 정부정책 역시 패커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패커 사업의 수익성에 관해선 고개를 젓는다. 이미 기존 도축장들도 낮은 가동률에 허덕이고 있다. 되레 도축장 구조조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육가공으론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삼겹살·목살 중심의 소비문화가 급격히 바뀌지 않는 한 비선호부위의 재고가 쌓여가는 걸 막을 길이 안 보인다. 햄·소시지 등의 원료육에선 가격을 앞세운 수입육이 득세하고 있다.

시장성이 담보되지 않은 대규모 투자는 장차 필요 이상으로 과열될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누가 먼저 엎어지나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동안, 과연 기업이 소비자들의 요구대로 움직일지 미지수다. 또, 직접 사육의 유혹을 뿌리치고 축산농민과의 상생을 추구할거라 기대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문재인정부는 무분별한 경쟁이 벌어지는 축산의 현실을 얼마나 깨닫고 있을까. 정부는 시장의 관망자가 아니라 중재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과도한 경쟁은 막고 피해가 예상되는 약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미 지난시절 정부는 육계시장에서 벌어지는 수직계열화의 폐단을 방관한 책임이 있다. 계열업체와 농가 간 갑을구조 속에 벌어지는 여러 불공정을 고치겠다고 나섰을 땐 대세를 돌이키기 힘든 상태였다. 다시 그 실패를 반복할건가?

마침 경기 안성시와 전북 완주군에선 지역주민들이 대기업의 축산 진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기업의 축산진출은 비단 축산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지금이라도 대기업의 무분별한 축산 진출을 억제할 제도적 장치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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