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남북농업협력, ‘플랜B’로 전환?

  • 입력 2019.12.15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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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북미관계가 난항이다. 이로 인해 남북관계에 ‘플랜B’가 필요한 것이 아닌지 묻는 이들이 많다. 북미는 사실상의 협상시한을 앞두고 있음에도 진전이 없다. 한반도 상공에는 미군의 전략자산이 자주 출현한다. 미국은 대북압박의 일환으로 UN의 안전보장이사회까지 소집했다. 일련의 과정에 반발하는 북의 목소리도 격앙된다.

북미 양측 모두 ‘셈법’을 바꾸지 않는다. 오히려 기세 다툼이 더 거칠다. 문제는 양측 모두 정치적 입지나 모양새가 넉넉지 않다는 점이다. 통 크게 양보하거나 새로운 국면을 이끌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를 중재할 한국의 역할도 매우 제한적이다. 방위비분담 증액요구가 거센데다 미군철수를 거론하는 상황이라 자칫 덤터기 쓰기 십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비롯해 유럽연합 및 아시아 동맹과도 여러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야당인 민주당의 탄핵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그의 재선가도를 미심쩍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번 연말을 협상시한으로 못 박은 북의 입장에서도 어물쩍 발 빼기가 궁색하다. 북미가 냉기류 속으로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남북 간의 농업협력도 그만큼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통상 플랜B라고 하는 것은 당초 계획했던 방식과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취하는 대안적 방안이라 하겠다. 남북농업협력을 기대해 온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북미관계의 냉기류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대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궁여지책이 플랜B가 될 수는 없다. 당초의 방식과 목표에 대한 연계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며, 협력여건이 조성되도록 촉진하는 방안이어야 할 것이다.

비록 플랜B를 구상할 수밖에 없더라도 향후 남북농업협력의 토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챙겨야 할 것이 있다. 북한의 전문 인력 육성과 농업지대별 개발청사진, 그리고 협력프로그램 개발 등에 대한 지원과 협력 방안은 매우 중요한 항목이라 하겠다. 북한의 식량문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유연하게 지원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일이다.

12월 들어서도 북한은 대단위 농업개발과 농촌개발 사업에 대한 준공행사를 잇달아 열었다. 관광사업과 경제특구 개발에 맞춰 농업구조를 개선하려는 그들의 정책이 읽힌다. 이런 과정에는 전문 인력이 필수적인 요소라 하겠다. 이를 위해 우리가 북유럽과 중국·러시아·베트남 등과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책인력뿐만 아니라 향후 한반도의 기후변화, 방역, 산림, 시설농업 등에 관한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올해 국내에서는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와 유럽연합의 ‘농업과 농촌개발을 위한 통합정책(SAPARD)’을 소개하는 발표가 여러 차례 열렸다. 이는 북한의 농업농촌개발과 깊이 연관된 내용이다. 향후 확대될 남북 간의 농업협력에서도 이는 모범적인 선행사례가 될 것이다. 특히 추진방식과 사업규모, 가치체계 등에 있어 기존 사업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남과 북이 이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면 그것이 비록 플랜B라고 해도 매우 큰 진전이라고 하겠다.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불투명하다. 남북이 함께 농사를 짓는다는 게 내년에도 어려워 보인다. 최근 대북지원 민간단체는 인도적 지원 활동을 재개했다. 시민사회는 범국민 북한관광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플랜B를 선택하더라도 남북농업협력에 관한 우리의 비전은 지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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