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값진 농민 속사정 들었다

농특위, 한국농수산대서 ‘농정틀 전환 위한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 개최
대통령, ‘공익형 직불제·농산물 수급관리·365생활권 구축·푸드플랜’ 등 약속
전농 “대통령 연설, 현실인식 부족한 자화자찬 … 농민 인내심 한계치” 비판

  • 입력 2019.12.15 15:0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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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개최한 ‘농정틀 전환을 위한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에 참가해 농민들의 농정요구안을 들었다.   청와대 제공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개최한 ‘농정틀 전환을 위한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에 참가해 농민들의 농정요구안을 들었다. 청와대 제공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박진도, 농특위)가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개최한 ‘농정틀 전환을 위한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농민들의 다양한 속사정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개방농정으로 아스팔트 농사만 30년째라는 경남의 농민이 단상에 올라 “이젠 지겹다, 농정변화 이전에 농정반성부터 하라”고 직언하는가 하면, 양파·마늘값 폭락에 힘겹던 전남 농민도 “농사 열심히 지어봤자 적자다. 무슨 의욕이 생기겠나”라며 국가가 대처해 달라는 토로까지 객석에 있는 대통령에게 직접 말했다. 농정전환은 필수조건이며 농민이 처한 현실이 위험수위라는 현실공감의 장이 된 이날 행사는 다만 농정개혁 방향에 있어 구체적 계획을 듣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대통령의 농업현실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비판 성명도 나왔다.

농특위 일정에 이날 처음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농어업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새 농어업 시대를 열겠다”고 밝히며 ‘농정의 틀 전환’을 위한 5가지 방향을 설명했다. 5가지 농정전환 방향은 공익형직불제가 핵심인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과 △3·6·5생활권 구축(30분 안에 보육보건 서비스 접근·60분 안에 문화여가 서비스 접근·5분 안에 응급상황 대응) △농수산물 수급관리와 가격시스템 선진화 △고령자 편의성까지 높이는 스마트 농어업 △안전한 먹거리제공·푸드플랜 수립 등이다.

당초 농정비전 선포식을 계획했던 박진도 농특위원장은 지난 10월 30일 제주를 시작으로 지난 5일 경남까지, 한달여 동안 9개도 농어업인을 만난 ‘타운홀미팅’의 보고대회로 방향을 전환했다. 경과보고에 나선 박 위원장은 “전국 순회를 해보니 지역 차는 있지만 농정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면서 “농어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정변화 요구 목소리가 높다”고 정리했다. 이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똑바로 하라, 참 살기 힘들다’는 말과 함께 대통령에게 잘 전해달라는 당부였다”고 이날 행사의 의미를 시사했다. 구체적 농정비전을 설명하진 않았지만 “내년에는 여론을 종합해 농정틀 전환을 위한 실행계획을 잘 수립하겠다”는 각오로 마무리했다.

이날 행사는 60분을 조금 넘겨 진행됐는데, 농특위나 대통령 보다는 전국 농어민들의 육성이 중심이 됐다. 단상에 오른 농어민을 비롯해 영상을 통해 그동안 농업에 무관심했던 대통령에게 직접 농업현실을 알게 하는 시간들로 채워졌다.

김성만 경남 농특위원장이자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은 “1989년 제대 후 고향에서 30년간 농민으로 살았다”며 “WTO 협상과 UR협상 등으로 농업이슈가 터진 이후 쌀 관세화, WTO 개도국 포기 등 올해까지 30년 아스팔트 농사를 지었다. 30년간 농산물 가격·농협개혁·유통구조 개혁 외쳤는데 아직도 그 얘기를 한다”고 실상을 전했다. 특히 “올해 농업 개도국을 포기한 우리 정부의 농정은 과연 선진국 농정인지 묻고 싶다. 아울러 농정개혁을 하려면 농식품부와 기재부 공무원들부터 바뀌어야 한다”면서 “후진국 농정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을 만큼 대통령이 공무원들을 꼭 변화시켜 달라”고 토로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전남 무안에서 마늘·양파 농사를 짓는 농민 조광윤씨는 올해 폭락한 농산물 값 문제를 얘기했다. 조씨는 “물가안정 이유로 수입 농산물을 풀고, 농산물 값이 폭락할 땐 산지폐기가 답이었다”면서 “지어봤자 적자농사, 무슨 욕심이 생기겠나. 죽을 지경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지농민들이 뭉치고 있다. 정부도 과감히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농민들이 떼돈 벌자는 것 아니다. 농민이 농산물 값을 결정하지 못하는 구조에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국가가 대처해줬음 좋겠다”고 수급조절과 유통을 바로잡아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신성재 전농 강원도연맹 의장은 “IT, AI, 융복합 같은 단어가 나오지 않아 듣기에 훨씬 편했다. 하지만 식량자급률 목표나 농산물 가격·소득 문제 등은 방향만 있지 구체성이 떨어졌다”면서 “구체적 정책과 예산확보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매우 아쉬운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신 의장은 또 “여러 부족한 면들이 많지만 김성만 의장이나 현장 농민들의 발언들이 빛났다”고 의미를 전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행덕, 전농)은 비판성명으로 입장을 밝혔다. 전농은 “대통령의 발언들은 현실 진단에 오류가 있어 처방도 한참 빗나갔다”면서 대통령이 제시한 농정틀 전환방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어 농정틀 전환에 어울리는 정책으로 △농민수당제 도입 △농지개혁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공공수급제 도입 △농업예산 국가예산 대비 5% 확대 △남북 농민농업교류로 통일농업 방향 제시 등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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