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대체 뭐가 선진경마일까?

  • 입력 2019.12.08 18:00
  • 수정 2019.12.29 13:3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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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달 29일 부산경마공원에서 문중원 기수가 사망했다. 그가 남긴 유서엔 마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짙게 배어나온다. 그는 유서에서 “죽어서 나간 사람이 몇 명인데 시설 좋고 경주기록 좋아지고 외국에서 좋은 성적만 나면 선진경마냐?”고 한국마사회에 물었다.

고인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동안 마사회는 무엇을 했나? 지난 2017년 마필관리사들이 잇따라 숨지며 마사회-마주-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부조리한 갑질 구조가 드러난 지 2년이 흘렀다. 그러나 고인의 사망 직후 나온 마사회의 입장설명을 보면 여전히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만 보일 뿐이다.

마사회의 관심은 오로지 경마로 더 많은 수익을 내는 데만 집중돼 있다. 최근 마사회는 온라인에서 마권을 발매하고자 국회에 한국마사회법 개정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경마장과 장외발매소에서만 가능한 온라인 마권 발매에 관한 제한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이에 발을 맞추듯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마사회법 개정안이 문중원 기수가 사망한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제출됐다. 이 개정안은 불법경마에 맞서 합법경마 시장의 경쟁력을 향상하자는 취지로 온라인 마권발매를 전면 허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사회의 주장대로 경마가 레저문화라면 경주도 안보고 마권을 구입하는 게 레저에 해당될까?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듯 마사회는 1회 10만원으로 묶여있는 마권 구매상한 위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데 온라인으로 시장이 넓어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마사회는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이같은 평가를 극복하려면 매출증가에 매몰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국민의 신뢰부터 높여야 한다. 김낙순 마사회장이 올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말산업 전문기업’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일련의 과정을 보면 실망스러움을 감추기 어렵다.

말산업은 경마만 있는 게 아니다. 정유라 사태로 위축된 승마시장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경주퇴역마가 무분별하게 승용마로 전환되는 걸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마사회는 되레 경주퇴역마의 승용마 전환을 더욱 장려하는 추세다. ‘돈 되는’ 경마의 뒷감당을 아직 기초체력도 못 갖춘 승마가 하는 형국이다.

마사회를 향해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데 소홀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지만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경마장 내의 부조리한 구조를 끊고 말산업을 온 국민이 레저로 즐길 수 있으려면 마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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