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도 친환경 공공급식을

  • 입력 2019.12.08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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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영·유아기는 일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먹거리에 민감한 시기이다. 이때 건강한 먹거리를 섭취하느냐 못 하느냐가 평생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친환경 공공급식 확대 추세 속에서 영·유아 먹거리 문제는 공적 논의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발의된 ‘유치원 3법’ 중 하나인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해 정치권에서 늦게나마 유치원 급식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23일 대표 발의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학교급식법 적용대상에 유치원 포함 △유치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일정 요건을 갖춘 자에게만 급식업무 위탁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24일 해당 개정안의 중재 과정에서 ‘유치원에 두는 영양교사의 배치기준 등에 대한 필요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그러나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신속처리하기로 합의됐음에도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최근까지도 처리되지 못했다. 5일 현재 유치원 3법은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로 인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된 상태다.

현행법상 유치원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로 명시돼 있음에도, 정작 학교급식법에선 ‘유치원’이란 단어조차 찾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유치원은 부실급식의 온상으로 거론됐고, 어린이들도 건강한 먹거리를 먹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나마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의 경우 초등학교 영양담당자(영양교사 또는 영양사)가 유치원 급식을 같이 관리하지만, 단설유치원이나 사립유치원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2일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김수규 의원 주관으로 열린 ‘유치원 급식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서울 장충유치원 영양사 임미소씨는 “현재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은 영양사 1명이 2~5개 유치원의 급식을 공동관리하는 상황”이라며 “학교급식법에서 규정하는 시설과 설비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유치원이 대다수다. 대부분의 유치원 급식시설엔 전처리실과 조리실, 세척실 구분도 없으며 급식기구나 세제를 보관할 곳도 부족하고 손세정대나 위생설비를 설치할 공간도 없다”고 지적했다.

병설유치원도 사정이 좋진 않다. 함선옥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병설유치원에서 유치원 급식을 전담하는 인력은 미비하다. 특히 초등학교가 방학일 땐 체계적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관리의 사각지대가 되고 만다. 비전문 인력에 의해 식단 작성과 식재료 구매가 이뤄지는 상황”이라 지적했다.

따라서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공·사립 유치원들을 학교급식 관리체계에 포함시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함 교수는 “공공급식센터(학교급식지원센터)의 활용과 지정된 식재료 업체를 통한 구매로 안전하고 우수한 식재료 사용과 공정한 식재료 구매계약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치원생에게 맞는 급식기준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토론회에서 공립유치원생의 학부모 조란희씨는 “만 3세부터 먹어야 하는 매운김치, 매운찌개, 매운고기 등 간이 돼 있는 조리된 음식들은 모두 초등학교 입맛에 맞춘 급식이었다. 엄연히 유아와 초등학생의 영양소 섭취기준도 다르고, 아이들의 신체기준이나 특성도 다른데 섭취하는 음식은 같은 상황”이라 증언했다.

배옥병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자문위원은 “급식 식재료비와 유치원 운영비의 분리운영, 그리고 정부의 누리과정 지원예산과 급식예산 분리운영으로 급식의 질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식재료의 품목별 품질 기준과 제철 건강식단을 마련해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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